일본에서는 야구를 몇 살 부터

일본의 고령자고용확보조치의 실시 추이. 출처: Nippon SP Center㈜.

▣ 월 5만엔으로도 충분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명확하다. 퇴직금 등을 빼고도 월 5만엔만 꾸준히 벌 수 있다면 노후 자금이 부족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믿을 수 있는 이야기이다. 우리나라도 그렇지만 일본에서는 노후를 대비하는 데 있어 「금전제일주의」는 이미 사라진 지 오래이다. 이제, 노후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 사회와 연결을 계속 이어가는 것이다. 자신이 원할 때 언제든 다닐 수 있는 아지트(이바쇼, 居場所)가 있고, 일을 계속하며 취미나 봉사 활동을 이어가며 교육까지 받을 수 있으면 금상첨화인 것이다.

그럼 문제는 5만엔을 어떻게 벌 것인가? 아니 꼭 5만엔일 필요는 없다. 사람에 따라서 월 1만엔일 수도 3만엔일 수도 있다. 또 돈벌이가 월 10만엔이 넘어버릴 수도 있고 전혀 못 벌 수도 있다. 문제는 연속성이다. 수입이 적더라도 가장 지속적인 일이 무엇일까? 바로 1인 기업, 창업이다. 우리가 청년 창업에 10여년 넘게 모든 자원을 쏟아 붓고 있는 것과 달리 일본은 노인 창업으로 복지비용을 줄이고 있는 것이다. 물론 그 창업이 정부 지원에 매달리는 거창한 것이 아니고 또 새로운 직업군이라는 점에서 매우 창의적이다.

▣ 시니어 「1인 기업」에 희망이 있다

시니어 1인 기업의 전형적 예를 보자. 올 87세인 사토 미쓰오(佐藤光男) 대표는 게이오 대학을 졸업하고 은행에 들어가 대부분의 일본인과 같이 회사를 위해 온몸을 바쳤다. 50대부터 관리직이 됐지만 몸이 안 좋아 6개월간 회사를 휴직해 여러 가지 건강운동법을 시도해 봤다. 그것을 기초로 여러 연구를 거듭해 오리지날 운동방법 핑핑고로리(ピンピンコロリ) 운동을 고안해 사토도장을 열어 많은 사람을 건강하게 만들고 있다. 사토는 2008년 내각부가 인정하는 생활달인이 되어 강연을 하고 책을 써 크진 않지만 수입이 꾸준하다.

일본의 전국실버센터사업협회에 따르면 등록된 단체 1,314개, 회원 수 72만명이 평균 월 8~10일간 일해 3만엔에서 5만엔의 수입을 얻는다. 일도 매우 특이하다. 사이타마 현 가와고에(川越) 시 실버인재센터의 요괴(ぬらりひょん)전설 투어 안내사, 효고(兵庫) 현 야시야(芦屋) 시  실버인재센터의 경청 사업그룹 「하쓰라쓰(발랄, はつらつ) 콜」, 도쿄 도 고마에(狛江) 시 실버인재센터의 영어강사, 나가노(長野) 현   이나(伊那) 시 광역실버센터의 전정 기술, 시가(滋賀) 현 릿토(栗東) 시 실버인재센터의 장수풍뎅이반, 홋가이도 나카시베쓰마치(中標津町) 실버인재센터에는 가라쿠리 장난감(からくりおもちゃ, 조정장치가 달려 있는 인형 등)관의 장난감 제조 등이 있다.

일본에서는 야구를 몇 살 부터

가와고에 시 요괴투어 체험

일본에서는 야구를 몇 살 부터

나라초(奈良町) 가라쿠리 장남감관의 인형

물론 이 모든 일들이 일반적 성격의 직업은 아니다. 우선 이 직업들은 기본적으로 65세에서 85세의 시니어들이 노동자이고 1인 기업으로  할 수 있다. 또한 영어강사이긴 하지만 수강생과 밥을 같이 해 먹기도 하고 영화를 보기도 한다. 장수풍뎅이반은 연간 4천마리를 기르는데 아이들 상대로 유충 학습회, 장수풍뎅이 운동회를 개최하고 있다. 가라쿠리 장남감관도 전국에 많이 있지만 이 곳에서 92세의 노인이 만든 장난감에는 인생이 묻어난다. 자기 고민과 곤란한 개인사 등을 들어주는 발랄 콜 경청사업은 1시간 1,800엔이다. 당연히 일본 시니어에게 익숙한 봉사활동도 최근에는 대부분 유상이다. 일본 도심을 지나갈 때 어디에나 눈에 띄는 공사장 길안내, 주차관리 등은 모두 왕년의 대기업 임원들도 많이 하고 있는 시니어 일이다. 

이상의 일들은 섬세하고 정성껏 느리게 이루어지는 시니어들에게 정말 딱 맞다. 일본각 지역의 실버인재센터에는 구직과 구인을 자유롭게 연계하는 체계가 갖추어져 있는데, 그 지역의 회사는 물론이고 조합, NPO, 학교 등에서 인력을 구하는데 대부분 주2~3일의 일이다. 하지만 일은 지속적으로 이어진다. 전문 기술이나 기능 분야는 물론이고 관리, 사무 분야, 서비스업 등 종류도 다양하다. 얼핏 보기엔 직업 같이 안보이지만 욕심 없이 즐겁게 오랫동안 할 수 있는 멋진 일이다. 그야말로 「일에는 졸업이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 45세부터 정년 후 준비해야

한편, 일본정부도 시니어들에게 무조건 맡겨두는 것은 아니다. 2016년 4월부터 40세 이상 창업자를 지원하는 「평생현역창업지원조성금」제도가 마련돼, 시니어들의 「1인 기업」을 유도하고 있다. 큰 성공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월 3~5만엔만 벌면서 90까지 평생 하겠다는 자세로 창업하는 것이다.

이런 풍토에서 정년을 맞이하는 트랜드가 완전히 달라지고 있다. 정년 직전 몇 개월 교육을 받고 정보를 취득하는 수준이 아니다. 정년 준비의 적기는 45세! 45세이면 대기업을 기준으로 직장에서 부장급인데, 사실 몇몇 임원 승진하는 사람 이외 업무의 부담이 크지 않다. 이 때 2~3년 정도의 장기휴직을 해서 노년을 준비하는 것이다. 앞서의 사토 대표가 그랬듯이 휴직이 필요하다. 노년을 준비하는 핵심은 결국 2개 이상의 직업을 갖는 것이다. 부업이 아니라 그냥 복수 직업이다. 지금의 직업과 노년의 직업을 45세 이후부터 동시에 진행하는 것이다. 사실 돈만 있고 직업이 없으면 노년의 삶은 황폐함 그 자체이다. 사회와 연결고리가 없기 때문이다. 

직업 혹은 천직은 영어로 콜링(calling)이다. 즉, 사회에서 자신이 불려진다는 것은 직업을 갖는다는 것이고, 불려지지 않는 것은 사회와 연결이 없다는 것 즉 직업이 없다는 것으로 이해할 수도 있다.

▣ 직장 다니면서 또다른 직업을 가져야

2009년「마지막 거처(쯔이노스미카, 終の住処)」로 아쿠타가와상(芥川賞)을 수상한 소설가 이소자키 겐이치로(磯崎憲一郎)는 미쓰이물산의 인사총무부 차장으로 근무하면서 글을 썼다. 직장에 다니면서 와인 바나 노인 홈, 그리고 축제장에서 음악을 연주해주고 3천엔이든 5천엔이든 버는 것도 직업이다. 야구를 배워 지역의 작은 소년야구단 감독을 맡는 것도 노년의 준비이다. 시청 공무원이 유명한 도예가가 되어 일본 대도예 중 하나인 난킨다마스다레(南京玉すだれ)를 운영하는 것도 퇴직 후의 준비이다. 금융회사에 다니면서 정년 후 농업으로 전직이 가능했던 것은 농업으로 정년 후를 잘 준비했기 때문이다. 또 큰 IT회사에 다니면서 승진에서 항상 밀리던 사람이 좋아하던 스노보드를 배워서 주말에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도 노년을 잘 준비하는 것이다. 

「현직의 자신」과 「또다른 자신」이 벌어들이는 돈은 일의 대가로서 가치가 있지 벌어들이는 크기가 중요하지 않다. 하지만 아무리 사소한 일이라도 교통비가 됐든 사례비가 됐든 돈은 꼭 받아야 한다.

일본에서는 야구를 몇 살 부터

일본의 대도예 난긴스다레, 작은 발(すだれ)을 갖고 노래에 맞추어 춤을 추고 있다.

▣ 노년의 일자리는 돈벌이가 아니라 자기 역사를 기록하는 것

복수 직업이 가능한 것은 정년을 인생의 골(goal)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시작(start)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특히 퇴직 후에 취직이 어렵다든가, 정부 고령자대책만 탓 하거나, ICT 시대에 적응하기 힘들다든가 등등의 불평을 해대는 사람은 결국 좌절을 겪게 된다.

작은 일이라도 미리 준비해 오던 사람은 사회와 연결되지만, 몸담던 직장을 일의 목적지 혹은 끝으로 보는 사람은 아내에게 매달린다. 아침에 일어나 밥 먹고 할 일이 없이 잠을 잔다. 일어나서 갈 곳이 없다. 도서관, 대형스파 등에 가는 것도 하루 이틀이다. 직장 생활을 할 때는 골프, 등산, 낚시 등을 취미로 평생 즐길 수 있을 것 같았지만, 정년 후 직장 일과 무관해 지니까 그것조차도 힘들어진다. 집안에 틀어박혀(히키코모리, 引きこもり) 아내에게 매달린다. 그렇게 되면 정말 무겁고 어두운 부부관계가 이어진다. 노년 후 건강이나 친구관계보다 힘들어지는 것이 바로 부부관계인데, 그것을 악화시키면 노년의 희망이 사라진다.

정년 후 노년의 삶이 원기 넘치도록 되려면 이바쇼를 가져야 하고 그 이바쇼가 자기 일터면 더욱 좋다. 많은 돈을 벌지는 못하더라도 자그맣게 생계에 도움이 되면서 자신을 사람 및 사회와 연결하는 고리가 되는 것이다. 

우리의 경우는 노년의 연금이나 복지 수준이 일본과는 다르다. 경제적 부의 크기가 다르고 시니어들의 살아온 경험도 많이 다르다. 하지만 우리나라도 시니어의 평생 일은 결국 월 100만원 200만원의 수입을 보장하는 것일 수 없다. 200만원 수입을 생각하면 자치단체의 청소나 봉사용역 서비스도 어렵고, 퇴직금을 들고 커피숍이나 치킨 집에 뛰어들게 된다. 이는 「좋은 정년 후」가 결코 아니다. 자신이 직장 퇴직 때까지 좋아하던 일 혹은 자기만의 노하우를 살려 1인 기업으로 만들어 가는 것이 「좋은 정년 후」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이 곧 돈벌이고 건강한 삶의 원천이다. 무엇보다도 성공과 실패 여부를 떠나 자기만의 물건과 노하우로 자기 역사를 기록하는 것이다.

상기 글은 미래에셋 은퇴연구소에도 기고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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