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 정보보호 병 후기 - haegun jeongboboho byeong hugi

해군 정보보호병 지원 점수는

서류 + 면접 점수로 등수를 나눈다.

서류에서 보는 것은 전공, 학년, 자격증, 수상 기록, 고교 출석이다.

난 전공은 컴퓨터공학, 학년은 1학년 "수료", 자격증은 인터넷보안전문가 2급, 수상 기록 X , 고교 출석 만점이다.

은근 고교 출석이 점수가 크다. 정확히는 배점이 큰 건 아닌데, 최하점을 맞게 되면 앵간해선 다 만점을 받기 때문에 서류 점수가 상대적으로 불리해진다.

자격증은 인터넷보안전문가 2급인데, 이게 진짜 따기도 쉽고 가성비 자격증이다.
난 리눅스마스터 2급, 네트워크관리사 2급, 인터넷보안전문가 2급 이렇게 땄었는데
난이도를 따지자면 리눅스마스터 2급보다 낮다. 그냥 시험 일주일 전에 유투브 보고 달달 외우면 그게 시험에 그대로 나온다. 동아리에서 만든 족보가 있는데, 그게 도움이 많이 되었다.

그리고 학년, 이건 사실 1학년은 반드시 수료를 해야 한다. 보통은 안전하게 가기 위해 2학년 수료를 달고 지원하는데 나는 그냥 1학년 수료로 지원했다. 1학년 재학은 최하점이기 때문에 그러지는 말자.. (여기서 말하는 1학년 수료란, 종강을 하고 1월달이 되는 시점에 학사정보에 서류상으로 수료가 찍혀있다는 말이다.)

이 정도 준비하면 서류는 통과한다.

  1. 컴퓨터공학과 1학년 수료
  2. 인터넷보안 전문가 2급
  3. 고교 출석 만점

이렇게 있으면 서류 통과 가능이다.
심지어 1학년인데도 등수가 꽤 높았다.면접 30명 중 4등으로 들어갔다.

그 다음 면접이 문제인데, 면접을 한번도 안 해봤거나 긴장을 많이 하는 타입이면 준비를 많이 해야 한다.

감독관은 2명, 나 혼자 이렇게 앉아서 면접을 보는데 집이 멀면 일찍 쳐준다.
면접 때 있었던 질문과 분위기를 그대로 옮겨 보겠다.

(마스크 낀 군복 입은 아재 2명이 멀찍이 떨어져서 앉아있음)
회의실 같은 곳이였다.

군인1 군인2 책상책상책상 책상책상책상 책상책상책상 책상책상책상 책상책상책상 책상책상책상 책상책상책상 책상책상책상 책상책상책상 책상책상책상 책상책상책상 책상책상책상 책상책상책상 책상책상책상 나

한 이정도?
목소리를 크게 해야 잘 들리겠구나 싶은 정도였다. 마스크도 끼고 있으니까.

"멀리서 오시느라 고생 많으셨어요."
"코로나 때문에 이렇게 멀찍이 떨어져서 면접 보는 점 양해 부탁해요."

"네!"

"인터넷보안전문가 2급, 리눅스마스터.. 뭐가 많네요."
"혹시 지원하게 된 계기를 들어볼 수 있을까요?"

"저는 중학생 때 처음 프로그래밍에 입문을 했고, 대학생이 되었을 때 정보보안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프로그래밍에 대해 공부를 할 수록 앞으로 우리 사회에서 정보보안의 중요성을 크게 느꼈습니다."
"그러던 중 국방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군대를 와야.. 가야? 했고(이 때 한번 버벅임) 이왕 가는 거 제 전공 특기를 살려 국방의 의무를 다하고 싶어서 지원했습니다!"

이제와서 보니 "나 꿀빨고 싶어서 지원했어요" 쯤으로 들렸을 거 같다.

"아직 1학년인데 네트워크쪽이나 그런 쪽도 가르쳐 주던가요?"

"학교에서는 기본적인 프로그래밍만 가르쳐 주었지만 저는 따로 더 공부하여 네트워크, 리눅스를 배웠습니다."

"좋습니다. 그럼 이제 전공 지식으로 넘어가겠습니다."

이게 무슨 말이나면, 면접은 2종류의 질문이 있다.
바로 인성 질문과 전공 지식이다. 앞서 물었던 내 배경과 간단한 인사 같은게 인성 질문이고
정보보안 관련 질문을 물어보는 게 전공 지식이다.

"넵."

"혹시 SIM"이 뭔지 아십니까?"

난 이 때 씸을 씽으로 들었다.

"혹시 TCP/IP에 있는 SYN 사인을 말하는 건가요?"

"아니요, 그 씽 말고, SIM이요."

긴장해서 아무리 들어도 씽으로 들렸다.
약 5초 정도 정적이 흘렀다.
참고로 SIM이란 Securty Infomation Management의 약자로 현장에서 쓰는 용어다.

"..모르겠습니다."

"그럼 IPS가 뭔지 아십니까?"

아, 나 이거 아는건데.
IDS랑 IPS가 있는데 둘 중 뭐가 그건지 몰라서 벙쪘다.
IPS는 침입방지시스템이고 IDS는 침입탐지시스템이다. 이게 면접 때 생각나야 했는데..

"IDS랑 IPS가 있는 건 압니다.."
"그런데 자세히는 모르겠습니다. 죄송합니다."

"ㅋ, 그럼 방화벽은 뭔지 아세요?"

이 때 멘탈 다 터졌다.
이것 마저 버벅이면 그냥 떨어지겠구나 싶어서 아는 모든 TMI를 섞으며 말했다.
날 무시해도 어떻게, 진짜 방화벽도 뭔지 모르는 사람 취급하는 건가.
물론 대놓고 비웃지는 않았지만 그냥 딱 뉘양스가 저랬다.

"방화벽이란 특정 포트를 막았다 열었다 해서 침입을 막는 프로토콜입니다."
"인바운드 규칙과 아웃 바운드 규칙이 있으며.."

그냥 머리속에 있는 모든 관련된 리눅스 서버 윈도우 서버 방화벽 키는법 끄는법을 다 설명했다.
유일하게 이거 하나 딱 제대로 말했다.

"그럼.. 다시 인성 질문으로 넘어가겠습니다."

"혹시 학교에서 소스코드 분석같은 활동을 해 본적 있습니까?"

난 안드로이드 리버싱도 해 봤고 악성코드 분석대회도 나가봤기 때문에 할 말은 많이 있었다.

"네, 저는 동아리원들과 함께 KISA 악성코드 분석대회에 참가해 정적 Feature 추출을 위해 악성코드의 소스를 분석해 본 적이 있습니다."
"제가 거기서 어떤 역할을 했냐면.."

"아, 네."
"이게 시간이 많지 않아서요."
"잘 들었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앗, 네!"
"감사합니다."

5분 컷 났다.
그리고 문 밖으로 나가는데 나지막하게 목소리가 들렸다.

"허허, IPS가 뭔지 모르는 건 좀."

그 때 하루종일 우울했다.
틀림없이 떨어진 줄 알았다.
난 알고 있었는데, 워낙 긴장도 되고..
아무튼 근데 붙었다. 다행이도.

내 생각에는 인보전 2급에 나오는 정보보안 개념 정도는 달달 외워야 하지 싶다.
나도 IPS랑 IDS를 인보전에서 봤지만 시험 친지 너무 오래되서 기억이 잘 안난 것이다.
그 긴장되는 순간에 팍 하고 튀어나올 수 있게 열심히 외워보자.

군사 보안에 어긋나거나 문제시 알려주시면 수정하거나 삭제하겠습니다.

서론

대학교 2학년을 마치고 슬슬 입대를 준비해야 하는 시기가 다가왔다. 대학교에 와서 컴공 공부와 보안 동아리를 하면서 여러 가지 공부를 하였다. 동아리가 보안 동아리이다 보니까 대다수 선배들이 정보보호병으로 갔었고, 그러다 보니 나도 자연스럽게 정보보호병을 지원하게 되었다.

지원

내가 대학을 와서 컴공 공부를 하였지만 전과를 하지 않아서 내 전공은 전자과이다. 그래서 그런지 정보보호병에 지원을 하려고 했더니 지원 자격이 없다고 떴다. 지원 자격에 전산 학과라 쓰여 있어서 전자과도 되는 줄 알고 있었는데 매우 당황했다. (전산 학과가 알고 보니 결국 컴공이더라…)

일단 군대를 가야 하긴 해서 국방부에 전화를 해 내가 다니는 학부의 지원 자격을 물어보았다. 우리 학교의 학부의 이름이 애매해서 그런지 아니면 원래 전자과도 지원이 가능한지 모르겠지만 다음날 지원이 가능하도록 조치를 취하겠다고 전화가 왔다.

지원 자격이 생기고 나서 정보보호병의 세부 배점을 계산해 보았다.

배점 기준은 다음과 같다.

내가 지원하는 기수의 TO는 5명 이었고, 지원할 당시의 나의 상황은 다음과 같았다.

  • 자격증 X
  • 경력 X
  • 수상 X
  • 4년제 2학년 재학

대학교 재학 외에는 어떤 점수도 얻을 수 없어서 서류에 합격할 수 있을지 또, 서류에서 합격한다고 하더라도 등수가 8등 정도에 들지 못한다면 면접에서 역전할 수 있을지 불안하였고 가지 않을 생각이었다.

(상세 내역도 안나오고 배점 계산을 어떻게 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내가 보통 2학년들보다 나이가 많아서 서류 점수가 같다면 순위가 높을 거라고 생각은 했었다. 하지만 이 정도로 높을 줄 몰랐다. 왜냐하면 정보보호병에 지원하는 사람들은 거의 다 자격증을 따고 지원한다고 들었기 때문이다. 아무튼 등수가 높아서 기분은 좋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내 밑에 있는 지원자들과 서류 점수의 차이가 얼마 안 난다는 뜻이니까 끝까지 긴장을 늦추면 안 됐었다.

면접준비

면접준비는 어떻게 해야할지 막막하였다. 육군 정보보호병에 관련된 정보는 어느정도 나오지만 해군 정보보호병에 관한 정보는 몇 개 밖에 나오지 않았다. (이 글을 쓰는 이유) 따라서 면접 평가 기준과 육군 면접 질문을 보고 준비하는 수 밖에 없었다.

면접 평가 기준은 다음과 같다.

자기소개부터 해군과 관련된 여러 지식들까지 공부했지만 면접 때 의미가 없었다.

면접 질문을 밑에서 자세히 서술하겠지만, 무엇을 준비할지 간단하게 말하면 정보보호병과 관련된 내가 한 활동이 무엇인지 다시 떠올려 보고 그 활동과 관련된 세부 질문을 준비하면 될 것이다.

면접 당일

어떤 블로그를 보니 육군 정보보호병은 일찍 도착한 순서대로 면접을 본다고 해서 나도 한 40분 정도 일찍 도착하려고 준비했다. 군부대라 지도에 안 나와서 좀 헤매긴 했지만 30분 정도 도착했고 나보다 먼저 온 사람은 1명이었다. 그래서 일찍 집 갈 수 있겠다고 기대했지만 명단 순서대로 면접을 진행하였다. 그래도 융통성이 있었는데 같이 온 사람이 있으면 두 사람의 면접 순서를 앞사람 기준으로 붙여주었다.

면접은 1명씩 10~15분 정도 진행하였다. 면접관은 2분이셨고, 코로나 때문에 큰 테이블에 면접관분들과 멀리 떨어져 앉았다.

나한테 물어본 질문을 재구성해서 써 보면 다음과 같다.

  • Q. 정보보호병이 어디서 일하는지 아는가?
  • Q. [답변] 정보는 어디서 찾았나?
  • Q. CERT가 무엇인지?
  • Q. 자격증 있나?
  • Q. [네트워크 장비] 앎?
  • Q. 뭐 해봤음?
  • Q. XSS랑 CSRF는 비슷한 건데 차이점 앎?
  • Q. 궁금한거 있나?

시간은 15분 꽉 채운 거 같고, 질문이 몇 개 더 있었던 거 같지만 큰 틀은 위와 같았다. 질문의 흐름은 내가 대답한 답변에 관한 추가 질문이 이어지는 형식이다. 모든 질문에 답변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어려우므로 본인이 자신이 있는 쪽으로 준비하고 답변하면 될 거 같다.

면접을 보고 나서 면접 때 떤 거 같기도 하고 답변을 더 잘 할 수 있었을 거 같은 아쉬움은 있었으나 내가 어떤 활동을 하고 지원한 곳에 관심 있게 찾아보았는지 보여준 거 같아서 후회는 없었다.

최종 및 후기

최종 결과를 보고 나니 여태까지 했던 걱정이 괜한 걱정이었다. 코로나 때문에 조기 전역도 많고, 원래 사람이 부족해서 그런지 공지한 TO보다 훨씬 많은 12명을 뽑았다. 면접 때 안 온 한 명을 제외하면, 실질적으로 서류랑 면접 때 각각 한 명씩 떨어진 셈이다.

최종 등수는 떨어졌지만 면접을 경험해 보고 군대도 원하는 때에 갈 수 있어서 매우 만족스럽다.

해군 CERT가 주로 경상도에 배치를 받는다고 하는데 집에 먼 것은 각오가 되어있다. 하지만 업무 환경은 밤새는 일이 자주 있어서 좋은 편은 아니라고 해서 약간 걱정이 된다. 그래도 내가 가고 싶어 하는 곳이고 부대 배치를 잘 받으면 네트워크 쪽이나 개인이 만질 수 없는 장비들을 다룬다고 해서 한편으로는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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