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문닫고 자기 - goyang-i mundadgo jagi

Q. 5살 반려묘 2마리와 동거 중입니다. 너무 예쁘고 사랑스러운 아이들인데 요즘 고민이 생겼어요.

잘 때 두 마리 모두 거실에 두거든요. 같이 자면 코가 너무 아플 정도로 재채기가 나와서요. 두 마리 모두 장묘종이고 털이 흰색인데, 침대 시트도 흰색이라 털을 발견하기 어렵더라고요. 침대에 붙는 털은 그래도 감수하겠는데 일상 생활이 힘들 정도로 재채기가 나옵니다.

그래서 침실에는 아이들을 못 들어오게 하고, 잘 때는 방문을 닫아두고 잡니다. 문제는 이렇게 방문을 닫아두면 문을 심하게 긁는데, 너무 시끄러워서 잠을 못 잘 정도입니다. 그래서 침실에서 멀리 떨어진 방에 고양이 방을 마련해두었는데요. 스트레스를 받는지 계속 소변 실수를 하네요.

밤마다 방문을 긁고 우는 고양이,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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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실 방문 닫으면 방문 박박 긁는 냥님,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게티이미지뱅크

A. 안녕하세요. 24시 센트럴 동물메디컬 센터 원장이자 ‘24시 고양이 육아대백과’의 저자인 김효진 수의사입니다. 이번에 질문을 주신 집사님처럼 알레르기, 천식 같은 건강 문제로 침실에 고양이가 들어오지 못하도록 하는 분들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오늘은 그런 집사님들의 고민에 도움이 될 정보들을 이야기해보겠습니다.

고양이가 좋아하는 '고양이방'을 만들어 주세요!

고양이는 각자의 영역을 중요하게 여기는 동물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갑작스럽게 집 안의 일정 공간에 접근하지 못하면 고양이는 큰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습니다. 실제 외국에서는 고양이가 행동학 문제를 보일 때 '하루 중 고양이가 접근할 수 없는 곳이 있는가?'를 묻습니다. 특히 침실은 포근한 침대에 누워서 햇볕을 쬐거나 잠을 자기도 하는, 고양이에게는 가장 중요한 공간일 가능성이 크죠.

이런 침실에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대안으로 고양이방을 만든 것은 아주 좋은 생각입니다. 다만 집사가 ‘고양이방’을 만들었다고 해서, 고양이가 그 방을 자신의 것으로 인식하는 것은 아닌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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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는 볕이 잘 드는 창문, 창문 밖을 내다볼 수 있는 높은 공간, 포근한 휴식공간, 숨을 수 있는 곳을 갖춘 방을 좋아한다. 게티이미지뱅크

우선 고양이가 ‘고양이 방’에 관심을 갖도록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방을 고양이가 지내고 싶은 곳으로 만들어주어야 하죠. 방에는 볕이 잘 드는 창문창문 밖을 내다볼 수 있는 높은 공간, 포근한 휴식 공간, 숨을 수 있는 곳 등이 잘 갖춰져 있어야 합니다. 이 방 안에 고양이가 좋아하는 간식을 넣은 퍼즐 장난감 같은 것을 숨겨두는 것도 고양이가 그 공간에 관심을 갖게 만드는 방법의 하나입니다.

고양이에게 새로운 방을 익숙하게 해주세요!

위에서 설명한 조건들을 잘 갖추어도 갑작스럽게 방의 인테리어를 바꾸면 고양이는 이러한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할 수도 있어요. 고양이는 새로운 것을 경계하는 성향, 네오포비아(neophobia)가 있기 때문에 아무리 좋은 것이 있다고 해도 익숙해지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고양이가 관심을 보이는 방을 만들었다면 이제 익숙하게 만드는 과정이 필요한데요. 이때는 ‘페로몬’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고양이는 상대를 인식할 때 후각 정보, 특히 페로몬을 적극적으로 이용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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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안면부에 나오는 페로몬을 천이나 수건에 묻혀 가구나 방에 문질러주면 고양이가 그 방을 친숙하게 여길 수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새로 만든 고양이 방에 자신에게 친숙한 냄새나 페로몬을 묻혀준다면 고양이가 그 방을 자신의 공간으로 좀 더 쉽게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고양이 뺨이나 몸을 수건으로 부드럽게 마사지하듯 문질러 준 다음 고양이 방문이나 가구에 문질러서 냄새를 입혀주면 됩니다. 또한 시판되는 합성 호르몬 제제인 ‘펠러웨이’ 같은 제품을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훈증기로 된 제품을 고양이 방에 켜두거나, 스프레이로 된 제품을 담요 등에 뿌리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이런 제품은 고양이 안면 호르몬 중 '영역과 관련된 호르몬'과 가장 유사한 성분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따라서 방에 고양이의 페로몬 혹은 페로몬 유사 제품을 묻혀준다면 고양이는 그 공간을 자신에게 친숙한 공간으로 여길 수 있습니다.

침실을 매력적이지 않은 공간으로 만들어주세요!

이제 고양이가 침실에 관심을 끊게 만드는 방법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고양이가 싫어하는 냄새가 나는 세제로 침실 문이나 가구를 닦아주세요. 고양이는 야생 시절에 상한 음식을 피할 수 있도록 시큼하거나 쓴맛이 나는 것을 혐오하는 경향을 보이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오렌지, 레몬, 라임 향 등 시트러스 계열 냄새가 나는 세제를 이용해본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 또 침실 문을 방묘문으로 막거나, 이불 위를 고양이가 좋아하지 않는 촉감의 물건, 예를 들어 알루미늄 포일 같은 것으로 덮어두는 방법도 있습니다. 이런 방식들을 이용해 고양이에게 침실이 매력적인 공간이 아님을 인식시켜주세요.

고양이가 아무리 긁고 울어도 무시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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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가 울거나 방문을 긁었을 때 간헐적으로 문을 열어주거나 만져주거나 밥을 주면 그 행동이 더 강화될 수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물론 집사가 이런 노력을 한다고 고양이가 침실에서 쉽게 물러나진 않을 겁니다. 문을 닫아두거나 침실에 들어가지 못하면 고양이는 큰 소리로 울면서 좌절감을 표현할 텐데요. 사연 속 고양이처럼 방문을 긁을 수도 있죠.

안타깝지만 이럴 때 고양이의 요구를 들어주어서는 안 됩니다. 견디다 못해 새벽에 일어나 문을 열어주거나 밖에 나가 밥을 주거나 혹은 만져주게 되면 고양이 입장에서는 ‘포상’을 받게 되는 셈인데요. 행동학에서 동물의 행동을 가장 강하게 고착시키는 훈련법 중 하나가 ‘간헐 포상’입니다. 왜냐하면 어떠한 포상이 이루어지되, 그 포상이 어떤 비율로 나올지 알 수 없을 때 동물은 보상이 나올 때까지 그 행동을 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울음이나 긁는 소리를 계속해서 참아야 하고, 참다못해 고양이에게 보상을 주어서는 절대 안 됩니다.

보호자가 이러한 노력을 지속하면 결국 고양이는 포기하는 법을 배울 겁니다. 다만 이런 과정이 고양이에게 매우 스트레스를 주고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질문자님 고양이가 소변 실수를 하는 것으로 보아 상당히 스트레스를 받는 것으로 보입니다. 스트레스가 고양이에게 '하부 요로기 증후군'(신장을 제외한 요관, 방광, 요도에 생기는 질환)을 야기할 수 있거든요. 따라서 주간에 고양이가 스트레스를 덜 받도록 놀이 시간을 충분히 가지고, 침실을 제외한 나머지 영역에서 고양이다운 삶을 충분히 잘 누릴 수 있도록 배려해주세요. 또 고양이의 행동을 잘 살피다가 증상이 심해진다면 병원을 찾아 꼭 진찰을 받아보시길 바랍니다.

반려동물과 생활하며 걱정되거나 궁금한 내용이 있다면

동그람이가 함께 고민하고 해결책을 찾아드리겠습니다.

댓글, 메일로 질문을 남겨주시면 채택된 질문을 직접 수의사,

트레이너, 변호사 등 반려동물 전문가에게 물어봐드립니다.

메일 제목에 [대신 물어봐 드립니다]라고 써서 보내주세요.

상황 이해가 쉽도록 사진과 영상을 첨부해주시면 좋습니다.

*필수로 남겨주실 정보

나이/성별 및 중성화여부/입양경로/산책 빈도(개만 해당)

*메일 주소:

※기존에 나갔던 사례인 경우 채택되지 않을 확률이 높으니

질문 전에 다른 솔루션들을 먼저 꼭 확인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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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수의사

열성적인 고양이 보호자이자, 국제 고양이 친화 동물병원 골드 등급인 '24시 센트럴 동물메디컬센터' 내과 원장으로 근무 중이며, '24시간 고양이 육아 대백과'를 출간했다. 행동학에도 관심이 많아서 세계 고양이 의학 학회(ISFM)에서 행동학 심화 과정을 이수하고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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