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안전관리자 현실 - geonseol-anjeongwanlija hyeonsil

정부·지자체 각종 서류 요구 ‘야근일쑤’… 사고 땐 처벌규제 강화

#경기도 소재 한 아파트 신축 공사장에서 근무하던 안전관리자 A씨는 최근 사표를 제출했다. 안전공학을 전공하고 산업안전기사 자격증을 취득해 취업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매일 서류 작업에 치이기 일쑤였다. 정부와 지자체 등의 안전점검을 받기라도 하면 일상업무에 각종 요구 서류까지 작성하느라 퇴근시간은 자정을 넘겨야 했다. 특히나 사망사고로 인해 안전관리자가 구속되는 등 처벌 소식을 접할 때는 ‘좌괴감’에 시달리기도 했다. 제조업 현장에서 근무하는 동기에 비해 낮은 연봉과 열악한 근무여건, 현장 채용 계약직(PJT)이라는 신분을 모두 고려한 그는 마침내 현장을 떠났다.

범정부 차원에서 건설현장 안전관리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사고예방 최일선에 있는 안전관리자들은 현장을 떠나고 있다.

근로여건 등 현장 실정을 반영하지 않는 입법과 사고 발생 시 과도한 처벌 등이 안전업무 담당자들을 밀어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최근 각종 공사현장 안전관리자들의 유입은 줄어들고 타 산업으로의 이직을 위한 퇴사 사례가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국토교통부를 포함, 정부와 국회의 사망사고에 대한 원청 책임 강화 입법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대표적인 것이 건설안전특별법으로, 이르면 연내 국회 통과가 점쳐지고 있다.

정의당의 핵심 과제인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도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힘을 보태기로 하면서 사업주 및 안전관리자의 책임과 부담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행 산업안전보건법만으로도, 안전조치 위반으로 근로자 사망사고 발생 시 관련 책임자는 최대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대형건설사 안전보건팀 관계자는 “건설현장 사망사고 발생시 대표적 책임자는 현장소장과 담당 안전관리자”라며 “건설안전특별법이 시행되면 해당 건설사 CEO의 처벌과 건설사의 등록 말소까지 가능해지기 때문에 현장 일선 안전관리자들은 책임에서 더욱 자유롭지 못한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또 지난 4월 건설안전 혁신방안의 일환으로 개정된 건축법 시행령ㆍ시행규칙 역시 안전관리자들의 의지를 약화시키고 있다. 개정안은 건축공사의 안전 강화를 위해 상주감리 대상사업을 확대하고, 안전관리를 전담하는 감리원(안전감리원) 배치를 골자로 한다.

강부길 한국안전보건기술원 대표는 “건설안전 관련 경력이 전무한 건축사사무소 소속 감리원이 현장 안전관리에 관여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규제 영향 분석에 따라 2500여명의 안전감리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들 인력을 수급하는 것은 물론, 전문성에 대한 의문이 따라다닐 것”이라며 “국토부가 최근 건설기술진흥법에 따른 안전관리를 강화하면서 현장의 혼선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안전관리자들은 이보다 심각한 것은 처우와 고용 여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수도권 건축공사현장 안전관리자는 “옥외 근무를 기본으로 하는 건설현장은 제조업이나 서비스업 현장보다 근무 여건이 열악할 수밖에 없다. 대부분이 PJT(현장채용계약직)로 고용하는 구조여서 안정성이 떨어지는 데다 연봉마저 타 업계 대비 높지 않은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실제 건설현장 안전관리자는 프로젝트별 산업안전보건관리비를 활용해 채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본사 직속 정규직 안전관리자는 찾아보기 어렵다. 최근에서야 현대건설이 2025년까지 1000명의 정규직 안전전문가를 확보하겠다고 하는 등 일부 대형건설사를 중심으로 안전관리자의 정규직화가 걸음마 단계일 뿐이다. 지난해 기준 시공능력평가액 기준 상위 100대 건설사들의 안전관리자 정규직 비율은 37.2%에 불과하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산업안전보건법 전부 개정을 통해 건설사업 안전관리자 선임대상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기존 공사비 120억원 이상 건설공사에서 의무화된 안전관리자 선임이 올해 7월부터 100억원 이상 공사로 확대됐다. 내년 7월부터는 80억원 이상으로, 2022년 7월에는 60억원 이상, 2023년 7월에는 50억원 이상으로 늘어난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현재 의무 선임 기준에 따른 안전관리자 채용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채용인원을 늘린다지만 실제 건설업 취업 희망 안전관리자는 줄어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권성중기자 kwon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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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부

권성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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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배님! 요즘 임원으로 승진하는 것도 싫다고 합니다.
 왜?
 중대재해처벌법으로 구속될까봐 임원 안하겠다고 합니다. 
 설마?
 진짭니다.
 그러면 그 임원 내가 할게. 정말 안전관리를 잘해보겠다고 열심히 했는데 그 사람을 구속시킨다면 이 대한민국이 잘못된 거 아냐? 그렇게까지 법의 잣대를 들이댄다면 누가 안전관리를 하겠다고 하겠니? 정말 그렇게 되면 우리나라 안전관리는 절망이야. 그런 일은 없다고 생각해. 안전관리에 무책임한 경영자를 처벌하자는 것이지 안전을 하고자 하는 경영자는 처벌을 안받을 것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얼마 전 후배와 통화한 내용이다.

오죽하면 요즘 우리 회사 임원들도 중대재해가 나면 내가 구속되느냐고 묻는다.

며칠 전 읽은 도서 글을 보자면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별을 달 확률은 0.7%라고 한다. 별이라는 표현은 임원을 얘기한다. 1000명의 신입사원이 입사 후 일곱명만 임원이 된다는 얘기다. 직장인들의 꿈이 임원이 되는 것인데 임원이 되는 걸 두려워한다면 과연 안전을 하는 우리 직장인들은 비전이 있을까 싶다.

건설업이 모든 전 산업을 통틀어 산재사고가 가장 많이 발생하고 사망재해자의 절반이 건설업이다 보니 요즘은 건설업종 안전관리자를 기피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얼마전 건설업에 종사하는 지인들 모임에 참석한 인원 중 3명이 건설업을 떠났다. 중대재해처벌법이 가져온 변화다. 제조업을 비롯해 다양한 분야에서 안전관리자 채용열풍이 불고 있다 보니 재해가 비교적 적고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직종으로 전직을 하는 것이다.

대기업 및 안정적인 제조기업에서 많은 수의 인원을 채용하니 10대 건설사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던 건설업 안전인들이 다른 직종으로 이동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본사 부서든 조직 내 누가 다른 회사로 옮겼다는 소문들이 자자하다. 내 주위의 또 다른 안전관리자가 어디로 갈지가 초미의 관심사이다.

반면 채용시장은 넓어졌지만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끼는 곳이 많다. 중·소규모 사업장들이다.

내년에 중대재해처벌법으로 대표이사 및 경영자 등 책임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한다고 하니 여기저기 안전관리자를 구하기 위해 구직을 신청하지만 찾는 이가 없다고 하소연이다. 법은 안전관리자를 채용하도록 되어 있으나 현장은 사람을 채용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아마 중·소규모 사업장이 중대재해처벌법이 생기면 제일 타격이 심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건설업은 산업안전보건법에서 2023년까지 50억 이상 사업장에 안전관리자를 선임해야 하는 실정이다. 2021년 2/4분기 건설 인적자원개발위원회 이슈리포트의 ‘건설재해방지 강화에 따른 안전관리자 수급 불균형 개선’에 대한 내용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한국건설기술인협회에 등록된 건설업 종사 안전관리자는 1만6885명이라고 한다. 앞서 2016년부터 2020년까지 건설업 안전관리자는 연평균 824명씩 증가됐다. 기존 증가율로는 오는 2023년까지 필요한 안전관리자의 50%도 채 충당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을 만들기 이전에 이러한 인력 수요와 공급을 충분히 고려했는지 법안을 만든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눈앞의 현실만 보고 제도를 만들지 않았는지? ‘현장이 답’이라고 누구나 얘기하지만 그분들이 현장을 제대로 아는지 궁금하다.

과거에도 취업을 고려할 때 건설업이 제1순위가 아니었다. 건설업은 잦은 이동과 주로 옥외에서 이뤄지는 공사인데다 복잡·다양한 공종과 불특정한 인력, 공장생산체제인 제조업과는 달리 가설재료·기계기구·노동력 등의 효율적인 관리와 운영이 매우 어렵다. 모든 생산수단과 노동력을 상시적으로 갖출 수가 없으므로 전문기술이나 기능·장비·노동력 등을 외부의 협력업체나 하도급업체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부분 안전관리자들이 체계화된 제조업 등을 꿈꿔 왔으나 당시 채용시장이 너무 넓지 않았다. 지금의 채용시장은 그야말로 핫하다. 전에 없던 나이든 안전관리자도 품귀 현상이다. 그러나 그 이면에 집중해야 할 것이 있다.

과연 우리 사회가 안전관리가 성숙하기 위한 제도 개선인지 아니면 경영자의 처벌을 대응하는 조직인가 한번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

지금 당장은 과도기다. 당장 내년부터 시행되는 중대재해처벌법이 건설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기업들은 전전긍긍하면서 안전관리자 또한 산재사고로부터 자유롭지 못함을 느낀다.

당장에는 채용시장이 확대돼 안전관리자들에게 좋을 것 같지만 향후 이뤄질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예방 중심의 조직보다 사고처리 중심의 안전조직으로 변모해갈까 두렵다. 벌써 그런 조짐이 보인다.

더 이상 안전인들의 탈건설화가 진행되지 않도록 책임감과 사명감을 갖고 근로자 재해예방에 나설 수 있도록 안전관리자의 사기 진작에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