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표절 판례 - eum-ag pyojeol panlye

지난 6월 대중음악계에 표절 논란이 불거졌다. 작곡가 유희열의 생활음악 프로젝트 수록곡인 <아주 사적인 밤>이 세계적인 아티스트 사카모토 류이치의 <AQUA>라는 곡과 유사하다는 것이었다. 6월 14일(화) 유희열은 자신의 소속사 '안테나' 페이스북 공식 계정을 통해 해당 논란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그는 "검토 결과 곡의 메인 테마가 충분히 유사하다는 것에 동의하게 됐다"고 했다. 이어 "긴 시간 가장 영향받고 존경하는 뮤지션이기에 무의식중에 유사한 진행방식으로 곡을 쓰게 됐다.

두 곡의 유사성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6월 20일(월) 사카모토 류이치도 입장을 밝혔다. 그는 "두 곡의 유사성은 있지만, 제 작품 <AQUA>를 보호하기 위한 어떠한 법적 조치가 필요한 수준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모든 창작물은 기존 예술에 영향을 받는다"며 "거기에 자신의 독창성을 5~10% 정도를 가미한다면 그것은 훌륭하고 감사할 일이다.

그것이 내 오랜 생각이다"라는 의견을 밝혔다. 유희열의 표절 논란에 대해 사카모토 류이치가 표절이 아니라고 대응하면서 해당 논란은 사그라지는 듯했다. 그러나 이후 유희열의 다른 곡에 대해서도 표절 논란이 제기됐다. 유희열의 <안녕 이젠 안녕>과 사카모토 류이치의 <Rain>, 유희열의 <Happy Birthday To You>와 타마키 코지의 <Happy Birthday>, 과거 무한도전에서 공개한 <Please Don't Go My Girl>과 Public Announcement의 <Body Bumpin′> 등에 관한 표절 의혹이 계속해서 제기된 것이다. 결국 유희열은 자신이 오랫동안 출연했던 '유희열의 스케치북'에서 하차했고, 출연 예정이던 '뉴페스타'의 출연도 취소했다.

그러나 '표절'이라는 주제는 비단 유희열 한 사람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한국 대중음악계에 지속적으로 대두됐던 문제이자 여전히 해결되지 못한 난제이다. 그렇기에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이 한국 대중음악계가 '표절' 문제에 대해 깊이 논의할 수 있는 기회이자 신호탄이 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표절의 의의와 성립요건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제시한 「음악표절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음악저작물은 인간의 사상이나 감정을 음을 통해 표현한 창작물을 말한다. 저작권법 제2조는 저작물을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로 규정하는데, 제4조 제2호에 따라 음악저작물 또한 저작물로 인정된다. 한편 표절이란 타인의 저작물을 마치 자신의 저작물인 것처럼 공포하는 행위를 의미하는데, 타인의 저작물을 무단 이용한다는 점에서 저작권 침해와 유사하다. 최근 음악계에 불거진 유희열 표절 논란이 이 경우이다. 원 창작자 사카모토 류이치는 저작권 침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대중들은 유희열을 표절자로 인식하고 표절 책임을 물으며 프로그램 하차를 요구했다. 「음악표절 가이드라인」에서는 표절을 '저작권자의 허락 없이 그 저작물을 복제, 공연, 공중송신, 전시, 배포 등의 행위를 하는 것으로 공정이용에 해당하지 않는 것'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표절은 저작권법 위반으로 친고죄에 해당한다. 여기서 친고죄란 범죄의 피해자 또는 기타 법률이 정한 자의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는 범죄이다. 결국 표절한 자를 처벌하기 위해서는 원저작자의 고소가 있어야 하는 것이다. 원저작자가 고소하지 않는 한 표절에 대한 법적제재를 가하기 어려우며, 그저 처벌 없이 '표절'이라는 꼬리표만 붙을 뿐이다. 음악저작물의 경우, 그 특성상 인간의 주관적 요소가 개입되지 않으면 원작과 표절작 사이에 유사성을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 법무법인 고구려의 임지연 변호사는 "다양한 매체를 통해 저작권에 대한 지식과 인식 수준이 함양되면서 자신의 권리에 대한 보호 의식이 강화됐다"고 말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이미 수많은 곡들이 창작되어 창작성이 인정되는 부분이 제한적이라는 창작의 한계도 있지 않을까 싶다"라며 강화된 표절 기준과 그러한 기준을 충족하기 어려운 현실 사이에서 발생하는 어려움에 관해 이야기했다.

우리가 음악을 저작물로 보호해야 하는 이유

저작권법 제1조는 저작자의 권리와 이에 인접하는 권리를 보호하고 저작물의 공정한 이용을 도모함으로써 문화 및 관련 산업의 향상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이때 저작권 보호의 중요한 판단 기준은 '창작성'이다. 음악저작물의 창작성 판단 기준은 음악의 3요소인 리듬, 멜로디, 화음이다. 여기서 멜로디는 창작성이 가장 두드러지게 발현되는 부분으로 가장 적극적으로 보호받는 항목이다. 지적재산을 보호한다는 것은 법이 지적재산권자에게 배타적 권리를 인정하여 타인의 모방이나 도용으로부터 보호한다는 의미이다. 새로운 발명, 고안, 디자인 등은 그것을 창작하는데 많은 노력과 비용이 든다.

예컨대 음악을 발매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야 한다. 반면에 그것을 모방하거나 도용하기는 쉽다. 이 같은 이치는 '10분의 1' 법칙으로 설명 가능하다. '10분의 1' 법칙은 1만 개의 아이디어 중 1000개가 특허로 구체화되고 그중에서 100개가 실현되며, 그 안에서 시장에 진출하는 것이 10개, 수익을 남기는 것은 1개라는 의미로 R&D의 어려움을 비유적으로 나타내는 말이다. R&D란 'research and development'의 준말로 프로젝트에서 연구와 개발이 가장 힘든 작업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이상에 따라 R&D의 어려움을 인정하고 저작권자의 이익 보호, 동기 부여를 위해 적극적으로 지적재산을 보호해야 한다는 결론을 도출할 수 있다.

표절로 인한 저작권 침해가 인정된다면 민사적 차원에서 저작권 침해 정지 청구, 손해배상청구 등을 할 수 있고, 형사적 차원에서는 저작재산권 침해가 인정되는 경우 최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그렇다면 고의로 표절을 한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 처벌은 어떻게 될까? 임지연 변호사는 "법적으로 표절에 따른 저작권 침해죄가 인정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고의'가 인정되어야만 한다.

따라서 만약 범행의 고의가 없었던 것으로 판단된다면 (민사상 손해배상청구 등을 할 수 있음은 별론으로 하고) 저작권 침해에 따른 형사 책임은 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저작권법 위반 관련 판례인 대법원 2005도6403 판결에 따르면 저작권법상의 저작재산권의 침해죄가 성립함에 있어 고의는 저작재산권을 침해한다고 인식하는 것만으로 충분하고, 그러한 인식은 미필적 고의라고 할지라도 인정된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미필적 고의란 어떤 행위로 범죄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음을 알면서도 그 행위를 하는 것을 의미한다.

타 아티스트 표절 논란 및 판례

국내의 경우 표절이 인정된 사례로는 MC몽의 <너에게 쓰는 편지>가 있다. 해당 곡은 더더의 <Its You> 후렴구 8소절을 그대로 베꼈다는 의혹을 받았다. <Its You>를 작사·작곡한 강모 씨는 <너에게 쓰는 편지>를 작곡한 김모 씨에게 저작권 침해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법원은 두 곡 후렴구의 전체적인 템포, 박자, 분위기가 유사한 점과 후렴구가 핵심적인 부분에 해당하여 곡 전체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점을 들어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하고, 김모 씨로 하여금 강모 씨에게 1천만 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대중에게 큰 사랑을 받았던 로이킴의 <봄봄봄>도 표절 논란에 휩싸였었다. 2013년 작곡가 김씨는 자신의 <주님의 풍경 되어>가 표절을 당했다며 로이킴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두 곡이 표절로 판단될 만큼 유사하지 않다며 로이킴의 손을 들어줬다. 김씨는 이에 불복하여 법적 대응을 이어갔으나 4년만인 지난 2017년 심리불속행기각판결이 내려지며 표절 논란은 마무리됐다. 심리불속행기각이란 상고심 절차에 의한 특례법에 따라 상고 이유에 관한 주장이 법에서 규정한 특정 사유를 포함하지 않을 경우 상고를 기각하는 제도다. 최근 천재 작곡가로 촉망받고 있는 (여자)아이들의 전소연도 표절을 인정했다. 전소연이 작곡한 <SUN>의 일부분이 에이티즈의 <WAVE>와 비슷하다는 의혹이 불거졌고 이에 전소연은 유사성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김정수(미디어)교수는 "유튜브, SNS 등을 통해 이전에는 접하기 힘들었던 세계적인 음악까지 다 들을 수 있는 시대가 됐다.

논문의 경우도 머릿속에 있는 것만 가지고 쓰는 사람은 없다. 분야에 대한 자료 조사를 하고 선행 연구 사례를 참조하며 쓴다. 음악도 동일한 방식으로 작동한다. 쓰고자 하는 분야에 대해 어떤 노래가 유행을 했고, 어떤 노래가 반응이 없었는지 연구를 한다. 그러다 보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다만 상대의 저작권이 분명한 부분에 대해서는 정당한 허락을 받거나 대가를 지급해야 한다"라고 표절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유희열이 보여준 표절의 미래

이번 사건은 한국의 대표적인 아티스트로 평가받던 유희열이 얽힌 표절 논란이었기에 대중들에게 많은 실망을 안겼다. 또한 세계 문화의 주류로 성장하고 있는 K-POP의 중심에 있던 그였기에 한류 음악의 이미지도 타격을 입었다.

김경중(작곡)교수는 "표절은 끝없는 유혹이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김 교수는 "상업성이 강한 대중음악계에서는 새로운 곡을 써야한다는 압박감을 많이 갖는다"라며 "곡이 떠오르지 않아 표절을 하게 되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수많은 곡들이 나왔기에 기존과 유사한 느낌의 곡이 생산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또한 창작자 자신도 모르는 사이 무의식중에 인상 깊던 곡을 자신의 것처럼 차용하는 경우도 가능하다. 이 점을 들어 김 교수는 "앞으로 표절 논란에서 가장 중요하게 따져야 하는 것이 '의도성'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앞으로 표절을 하는 사례는 극히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사건이 표절자의 최후를 보여줬다는 것이다. SNS를 비롯한 인터넷의 발전이 수많은 표절 감시자를 탄생시켰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음악에 인용이란 없다. 우리는 흔히 칼럼이나 논문을 쓸 때 타인의 것을 인용하고 이에 대한 인용표기를 한다. 그러나 음악에 한해서는 인용이라고 밝히는 것 자체가 의미 없다. 타인의 창작물을 무단으로 도용하는 것은 창작자 자신의 창작성과 독창성을 잃는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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