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아들, 딸들아! 언젠가 우리가 늙어 약하고 지저분 하거든 인내를 가지고 우리를 이해 해다오! 늙어서 우리가 음식을 흘리면서 먹거나 옷을 더럽히고 옷도 잘 입지 못하게 되면 네가 어렸을 때 우리가 먹이고 입혔던 그 시절을 떠올리면서 미안하지만 우리의 모습을 조그만 참고 받아다오. 늙어서 우리가 말을 할 때 했던 말을 하고 또 하더라도 말 하는 중간에 못하게 하지 말고 끝까지 들어주면 좋겠다. 네가 어렸을 때 좋아하고 듣고 싶어 했던 이야기를 네가 잠이 들 때 까지 셀 수 없이 되풀이 하면서 들려주지 않았니? 또 내가 얼마나 많은 것을 가르쳐 주었는지 아느냐? 상하지 않은 음식을 먹는 법, 옷을 어울리게 잘입는 법, 너의 권리를 주장하는 방법 등, 혹시 우리가 새로 나온 기술을 모르고 점점 기억력이 약해진 우리가 무언가를 자주 잊어버리거나 말이 막혀 대화가 잘 안될 때면 기억하는데 필요한 시간을 좀 내주지 않겠니? 그래도 혹시 우리가 기억을 못해 내더라도 너무 염려는 하지 말아다오! 왜냐하면, 그 때 우리에게 가장 소중한 것은 너와의 대화가 아니라 우리가 너와 함께 있다는 것이고 우리의 말을 들어주는 네가 있다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란다. 또 우리가 먹기 싫어 하거든 우리에게 억지로 먹이려 하지 말아다오. 언제 먹어야 하는지 또는 먹지 말아야 하는지는 우리가 잘 알고 있단다. 다리가 힘이 없고 쇠약하여 우리가 잘 걷지 못하게 되거든 지팡이를 짚지 않고도 걷는 것이 위험하지 않게 도와 다오. 네가 뒤뚱거리며 처음 걸음마를 배울 때 우리가 네게 한 것처럼, 네 손을 우리에게 빌려다오. 비록 우리가 너를 키우면서 많은 실수를 했어도 우리는 부모로서 줄 수 있는 가장 좋은 것들과 부모로서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좋은 삶을 너에게 보여 주려고 최선을 다했다는 것을 언젠가는 너도 깨 닫게 될 것이다. 사랑한다. 내 사랑하는 아들, 딸들아! 네가 어디에 있든지 무엇을 하든지 너를 사랑하고 너의 모든 것을 사랑한단다. 자식 양육은 의무이고, 부모에게 하는 효도는 선택인걸까요? 부모는 의무라는 단어로 자식을 키우기 보다 운명이란 단어로 자식을 키운단다. 그래서 모든 것을 감싸고 때로는 훈육도 하며 바른길로 인도해 준단다. 그런데 자식은 부모를 주기만 하는 존재로, 모든 것을 혼자할 수 있는 존재로만 인식한단다. 부모도 나이를 먹어 갈수록 자신의 어릴적과 같이 힘 없고, 아프고, 투정도 부리고 싶은 존재라는 것을 이제라도 알기 바란다.
관련 기사
저작권자 ⓒ 브라보마이라이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창완(61)은 샛노란 패딩 차림에 텁수룩한 수염을 기른 채였다. 4월부터 방영될 드라마 <화정>에서 영의정 이원익 역을 맡은 그는 “수염을 뗐다 붙였다 하는 일이 너무 성가셔 아예 기르고 있다”고 했다. 그 때문인지 눈꼬리가 아래로 살짝 처지며 나타나는 사람 좋은 미소는 훨씬 더 푸근해 보였다. TV를 통해 보여지는 이미지를 무시할 수 없겠지만 그를 친근한 동네아저씨 같은 이미지의 배우로만 떠올리고 마는 것은 이 시대 문화적 자산에 대한 파렴치한 몰이해다. 그가 이끄는 김창완 밴드가 3집 <용서>를 내놨다. 나이는 그저 숫자일 뿐이라는 경구는 예순을 넘긴 이 로커의 끓는 피와 뜨거운 호기심 앞에서 또렷해진다. 대중음악사에서 기념비적인 실험작으로 꼽히는 그의 1978년 작 ‘내 마음에 주단을 깔고’는 이번 앨범에서 밴드 잠비나이와 함께 새 옷을 입었다. 키보드와
거문고, 피리, 해금에 베이스와 일렉기타, 드럼이 차례로 뒤섞이며 빚어내는 신들린 소리는 음악이 그 자체로 얼마나 강력한 힘을 갖고 있는지 웅변한다. 소통 없는 시대에 진정한 소통을 고민해 보자고 만든 타이틀곡 ‘중2’, 조곡 같은 트럼펫 연주에 담담한 읊조림을 얹은 ‘무덤나비’, 처연한 내레이션이 비틀거리는 ‘E메이져를 치면’, 툭툭 내뱉는 듯한 보컬과 포효가 일렁이는 ‘아직은’ 등 수록곡은 그의 음악적 욕구와 깊이가 어디까지일까 싶은 궁금증이 차오르게 만든다.
-잠비나이를 선택한 이유가 있습니까. “잠비나이 음악의 현대성에 끌렸어요. 그들의 음악이 가진 국악적 향기가 아니라 모던한 느낌 말입니다. ‘내 마음에 주단을 깔고’ 역시 오래전에 발표한 곡이지만 이 곡이 가진 현대성이 지금 다시 리메이크하도록 만들었지요.” -앨범 제목이 ‘용서’입니다. “소통 없는 시대에 희망과 소통을 이야기해보고 싶었어요. 너와 나 사이에 무언가가 삐걱대고 막혀 있는 세상이잖아요. 내가 너를 용서하고 용서받고 이런 게 아니라 서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볼 수 없을까 하고 질문을 던져보는 겁니다.” -타이틀곡
‘중2’는 그런 의도에서 나온 거네요. “사실 이 곡의 시작은 그 또래 아이들에 대한 미움에서 비롯됐어요. 집 근처 중학교를 오가면서 보게 된 또래 녀석들, 정말 가관이 아니거든요. 도저히 받아들이기 힘든 내 마음을 들여다보노라니 궁금해졌어요. 왜 미울까. 이건 내 흠결이 아닐까. 겉으로 웃으며 아닌 척하는 세상의 거짓 소통과 그 아이들을 보는 내 모습이 다르지 않더라고요.” -‘제발 내 나이를 묻지 마’로 시작하는 가사를 본 중2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아니래요. 가사처럼 뭔가 구체적으로 하겠다는 건 중3이나 되어야 한대요. 가사를 바꿔야 하나 고민됐죠. 하지만 이런 나의 오해조차 그대로 전달하는 게 진정한 소통이라고 봤어요. 말 안 통하는 꼰대라고 놀림을 받더라도 그게 그 아이들에게 진짜로 다가가는 방법인 것 같아요.” ▲내 곡으로 불특정 청춘들에게 -진정한 소통이란 게 뭘까요. “내가 너를 알고, 네가 나를 이해하는 게 아녜요. 말로 설명하고 따져서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모른다는 사실, 삐딱하고 어그러진 현실까지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소통이라고 봐요. 요즘은 초등학생부터 팔순 할아버지까지 모두 휴대폰이 있고 SNS를 하면서 소통이라고 생각하는데 그것 자체가 소통에 대한 몰이해를 증명하고 있는 거예요.” 2008년 ‘산울림’으로 함께했던 막내동생이 세상을 떠난 뒤 결성한 김창완 밴드. 1, 2집이 산울림 음악의 리메이크였다면 3집은 김창완 밴드가 보여주는 사실상의 1집이다. -산울림이 아닌 김창완 밴드 음악을 어떻게 설명합니까. “멤버 모두 수십년간 탄탄한 음악적 역량을 쌓아온
사람들이지만 거기서부터 자유롭고 싶어해요. 기존의 음악적 방법론을 배제한 채 새로운 길을 모색해 보려는 의지가 이번 앨범에 잘 나타나 있지요. 기꺼이 음악에 조종당하려는 의지. 그래서 그렇게 오랫동안 음악을 해온 멤버들 모두 이번 작업을 새로운 경험이라고 고백하고 있어요. 매번 소구점을 청춘에 뒀던 저 역시 다 내려놓고 내 나이에 맞는 옷을 입을 수 있었고요.”
-나이에 맞는 옷을 입다니요. “환상에서 벗어난 거죠. 크게 반성했어요. 그동안 곡을 쓰면서 불특정 다수의 청춘에게 메시지를 전한다고 생각했어요. 내 입에서 나오는 것은 무조건 노래라는 오만과 착각이 깔려 있었기 때문이에요. 내 입에서 나와도 노래가 아닐 수 있거든요. 최근 몇 년 새 든 큰 깨달음이에요. 그래서 지금 내 노래는 현재의 내가 나에게, 혹은 특정한 너에게 하는 이야기지요.” -그런 실험과 반성은 후배들에게 큰 자극과 영감을 줄 것 같습니다. “음악을 누구나 만드는 시대가 되었잖아요. 만들면 음악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렇게 만들어진 음악이 진정한 음악인가 싶기도 해요. 누군가에게 용기가 됐으면 좋겠고 또 누군가의 닫힌 사고를 열어 줄 수 있으면 좋겠죠. 그런면에서 앞으로 해봐야 할 짓들은 무궁무진하다고 생각해요.” 김창완 밴드는 12~14일 서울
대학로 DCF 대명문화공장에서 앨범발매 기념 콘서트를 연다. 인터뷰 말미 ‘배우’ 김창완에게 오랜만에 악역을 벗어나게 된 소감을 묻자 “너무 좋다”면서 “이번에도 악역이었으면 무조건 안 했을 것”이라고 답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