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원은 필요하다 근거 - dongmul-won-eun pil-yohada geungeo

동물원은 필요하다 근거 - dongmul-won-eun pil-yohada geungeo
출처 : 에버랜드 홈페이지 (북극곰 통키는 2018년 24년의 일기로 숨을 거두었다)

2018년 10월 17일, 2년 전 오늘은 에버랜드에서 많은 사랑을 받았던 북극곰, ‘통키’가 사망한 날이다. 당시 에버랜드에서는 서울대 수의대 병리학 전문가에게 의뢰하여 부검을 실시했고 특별한 사망원인이 발견되지 않아 노령으로 인한 사망으로 추정했다.
당시 통기의 나이는 24세로(1995년생) 북극곰의 평균 수명이 약 25년 정도로 나타나는 것을 감안한다면 사람의 나이로 약 70~80세의 고령이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통키는 2017년 말 영국으로 이주를 할 예정이었기에 사망 소식은 더욱 큰 아쉬움을 남겼다.

동물원은 많은 사람들에게 인기가 있는 시설 중 하나이다. 아이들의 교육, 성인들의 힐링 공간으로 활용되어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들이 여러 동물원을 찾고 있다. 아무리 디지털기술이 발달한 사회임에도 불구하고 직접 눈으로 보는 것만은 못하기에 동물원 방문은 꾸준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러한 동물원의 시작은 서구 귀족들의 소유욕, 과시욕에 기반하고 있다. 신기하고 힘센 동물을 가두어 힘과 권력을 과시하는 용도로 사용한 것이다. 동물원의 대중화는 근대에 들어서야 가능해졌고 이후 많은 연구로 동물들에 대해서 자세하게 알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 동물원에서는 사람들의 인기를 얻기 위해서 사육에 대한 많은 투자를 진행했으며 이를 통해서 길들여진 동물들의 묘기를 볼 수 있는 쇼 등도 인기 프로그램이 되었다.

그러나 동물원 환경 개선을 주장하는 학계와 동물보호단체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동물복지에 대한 인식도 확산됐다. 시멘트벽으로 가로막힌 인공 구조물에 가둬놓는 것보다 서식지를 그대로 재현하는 것이 좋다는 인식도 확산되고 있다. 동물원 폐지 주장까지는 아니지만, ‘부적합종’ 전시를 반대하는 운동도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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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이미지투데이(동물원은 필요한가 그렇지 않은가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그렇다면 현재의 동물원은 필요한가 그렇지 않은가! 이에 대한 많은 의견이 서로 양립하고 있다. 존치론을 내세우는 입장에서는 동물원이 필요한 이유로 ■종 보전과 연구활동 ■교육 및 관람 기회 제공 ■야생 서식지 부족 등을 꼽았다. ‘멸종위기 동물의 보호와 종 보전’을 주장하는 의견이 전면에 내세워지고 있다. 야생에서 멸종위기에 놓인 동물이 늘어나 종 다양성이 훼손되고 있는 현실에서 동물원의 역할은 종 보전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동물원의 또 다른 존재 이유로 ‘인간과 자연의 교감’이 꼽힌다. 동물에 무관심하던 사람들이 동물원을 통해 인식이 바뀔 수 있으며, 동물원이 인간과 동물 사이의 멀어진 거리를 좁힐 수 있고 동물원이 생생한 교육 현장이 될 수 있다는 점도 동물원 필요성의 이유로 부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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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이미지투데이(동물원은 필요한가 그렇지 않은가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반면 동물원 반대를 주장하는 입장에서는 동물들의 복지와 윤리 문제를 내세우고 있다. 동물원에서 이루어지는 ■열악한 사육 환경 ■‘묻지마’ 번식 ■동물 공급을 위한 밀렵과 생태계 파괴 등을 지적했다.
시멘트 바닥과 쇠창살로 상징되는 동물원의 열악한 현실에 대한 비판과 우려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특히 재정 부족을 이유로 방치되거나 학대당하는 동물들에 대한 지적도 많다. 
일부 동물원은 멸종위기 동물 보호라는 명분만 내세울 뿐 실제는 동물의 삶의 질 향상에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으며 동물원 설립과 이후 관리에 대한 체계적 규정이 없는 현실도 문제가 됐다. 희귀동물에 대한 인간의 소유욕이 밀렵을 부추긴다는 의견도 무시할 수만은 없다.

생태계 파괴를 피하기 힘든 상황에서 인간이 동물을 위해서 해야 할 일은 동물원을 이용하여 보호를 해야 한다는 주장과 원인이 되는 생태계 파괴 자체를 멈추어야 한다는 주장이 양립하고 있다. 

동물 복지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동물원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사람들의 고민 역시 깊어지고 있다. 단순히 시설물의 존립, 폐지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과 동물이 모두 함께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시급하다고 할 수 있다.

터전을 빼앗긴 동물이 멸종위기에 처했고 야생에서 멸종된 종도 한둘이 아니다. 동물원에는 멸종위기종이 수두룩하고, 외국동물원에는 야생에서 멸종한 종도 있다. 이놈들을 번식시켜 복원하면 멸종을 막을 수 있다. 클립아트코리아

모든 동물의 고향은 자연이다. 가축도 원래는 자연에서 살았었다. 사냥에서 허탕 칠 때가 많아 아예 잡아 와 뒤뜰에 가둬 기르기 시작한 게 가축의 시작이다. 가축은 수렵 생활을 하던 사람들이 최고로 꼽는 사냥감이기도 했다. 수천 년 동안 사람 손에 커서 고향인 자연으로 돌아가도 스스로 살기 어렵다.

가축과 달리 야생동물은 야생에서 환경을 극복하면서 산다. 조상 대대로 그렇게 살아와서 이미 적응돼 있다. 적응하지 못한 개체의 가문은 대가 끊겼다. 적응한 개체의 후손이 현재 살고 있고, 자연이 선택한 결과다. 사람이 돌보지 않아도 혹독한 추위나 더위에도 종마다 나름대로 생존비법이 있어 까딱없다.

조류는 좋아하는 환경을 찾아다니며 산다. 그게 철새다. 우리나라 여름 철새로 제비, 백로와 물총새가 대표적이다. 겨울 철새로 독수리, 두루미, 청둥오리 등이 있다. 봄에 독수리는 몽골에서, 두루미는 러시아에서 번식한 후에 추워지면 남쪽으로 내려온다. 추위를 피했다가 다시 번식지로 돌아가는 생활 방식이다.

산양은 몇 마리씩 가족을 이뤄 무리로 산다. 여럿이 함께 살면 누가 습격하려는지 망볼 때 좋고 얕잡아 볼 만한 놈이 쳐들어오면 떼뭉쳐 몰아낼 수 있어서 좋다. 발굽이 덧버선을 신은 것처럼 도톰해서 바위 절벽에 버티고 서 있기에 안성맞춤이다. 절벽 난간에 서 있는 걸 보면 간당간당 떨어질 것 같아도 꿈쩍 않고 밤을 새운다. 바위 절벽 끝에서 잠을 자야 편히 잠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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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벌이’ 안 되는 동물원

동물은 먹이를 찾거나 짝을 찾아 헤맨다. 예를 들면 수달은 하루에 3.5㎞를 이동할 정도다. 동물마다 활동반경이 있다. 활동반경이란 자기 영역이기도 하고 평소에 쉬고, 먹이를 구하거나 짝을 찾으려고 들락날락하는 곳이다. 먹이와 천적에 따라 다르나 보통 얼룩말은 평균 9.4㎢, 하마는 0.4~0.6㎢, 흰코뿔소 암컷은 2~20㎢로 넓다.

야생동물을 서식지에 자유롭게 살게 두면 될 텐데 왜 동물원에 가둬 놓고 기를까? 동물원에서 야생동물이 맘 편하게 살게 제대로 갖춰 줄 수 있을까? 이런 논리를 들어 동물원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도 모든 나라에 동물원과 수족관이 있다. 미국은 230여 개, 일본은 170여 개 있다. 긍정적인 측면보다 부정적인 측면이 많았다면 이미 없앴을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오스트리아의 쉔브룬 동물원도 1752년 이래 지금까지 운영되고 있다. 경제적인 측면으로 보면 솔직히 동물원은 돈벌이가 안 된다. 먹이값과 잡다한 관리비용을 대려면 만만치 않다. 적자를 보면서까지 운영하는 걸 보면 존재 할 이유가 분명히 있다.

동물원이 없다면 서식지에 가야 볼 수 있다. 수많은 사람이 찾아갈 테니 서식지가 지금보다 더 망가질 것은 뻔하다. 클립아트코리아

야생동물이 동물원에 살려면 온갖 것이 불편할 것이다. 야생과 비교하면 턱없이 좁은 곳에 산다. 변명할 여지가 없다. 매일 마주치는 관람객 시선도 괴로울 것이다. 이런 걸 동물원에서도 알고 있어 불편하지 않게 하려고 늘 노력하고 있다. 동물원에 사는 놈들이 야생보다 약15~20% 오래 사는 걸 보면 동물원이 형편없이 나쁘진 않다는 증거다. 예로서 야생에서 얼룩말은 20살 하마는 40살까지 산다. 동물원에서는 얼룩말이 최고 28살까지 하마는 최고 50살까지 산다. 자유롭지 못해 매우 안타깝지만 수명만 보면 그렇단 얘기다.

서식지에서 야생동물을 잡아 동물원으로 데려오지 않은 지 오래됐다. 다쳐서 구조된 야생동물이 완치 후 서식지로 돌려보낼 수 없을 땐 동물원으로 보내는 경우는 있다. 동물원에 있는 동물은 자기 동물원 또는 국내·외 다른 동물원에서 태어난 놈들로 넓은 세계를 경험하지 못했다. 그럴지라도 야생처럼 해 주려고 은신처, 그늘, 언제든지 마실 수 있는 물과 추위나 더위를 피하는 시설을 해 놨다. 산양이 사는 곳엔 바위를 넣어 놨고, 늑대나 오소리에게는 굴을 팔 수 있게, 물놀이를 즐기는 코끼리나 하마네 집엔 수영장이 있다. 이런 게 동물행동풍부화 프로그램(Animal Behavioral Enrichment Program)이다.

동물원마다 생태교육을 한다. 훗날 사회를 이끌어 갈 어린 학생이 주 대상이다. 서식지에서 어떻게 살고 있고, 왜 멸종위기에 처했고, 어떻게 해야 멸종위기에서 벗어나게 할 수 있을지 질문과 답을 준다. 전국적으로 치면 일 년에 수 천 명씩 교육 받는다. 동물원에 와서 휴식하면서 자연스럽게 공부한다. 동물원 곳곳에 있는 설명판도 한 몫 한다. 자연과 동물을 보호하려는 마음이 싹트게 해서 실천가로 만드는 게 궁극적인 목적이다. 교육으로 동물원에서 현재 떠안고 있는 적자보다 훗날 더 많은 이득이 생기게 한다. 동물원은 국가적 차원에서 거시적인 투자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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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론 마지막 희망

동물원이 없다면 서식지에 가야 볼 수 있다. 고릴라나 기린은 아프리카에, 오랑우탄은 인도네시아나 말레이시아에 가야 한다. 갈 때마다 볼 순 없고 운이 좋아야 볼까 말까 한다. 수많은 사람이 찾아갈 테니 서식지가 지금보다 더 망가질 것은 뻔하다. 개인이 서식지를 찾아가는 비용과 사회적 비용도 엄청나게 많이 든다.

동물원에는 멸종위기종이 수두룩하고, 외국동물원에는 야생에서 멸종한 종도 있다. 이놈들을 번식시켜 복원하면 멸종을 막을 수 있다. 동물원이 존재해야 할 이유 중 하나다. 클립아트코리아

인구 증가로 동물의 서식지가 택지와 경작지로 바뀌고 있다. 터전을 빼앗긴 동물이 멸종위기에 처했고 야생에서 멸종된 종도 한둘이 아니다. 동물원에는 멸종위기종이 수두룩하고, 외국동물원에는 야생에서 멸종한 종도 있다. 이놈들을 번식시켜 복원하면 멸종을 막을 수 있다. 멸종위기에서 벗어나게 한 대표적인 사례가 몽고야생말과 아라비아오릭스다. 동물원이 없었더라면 불가능했다. 동물원이 존재해야 할 이유 중 하나다. 동물원을 폐지하자는 카드를 꺼내는 것보다 동물원이 제대로 역할을 하고 있는지 따져 묻는 게 자연과 동물을 보호하는 지름길이다. 동물원도 단순 전시에서 벗어나 기능과 역할을 제대로 해야 존립할 명분을 얻을 것이다. 멸종위기에 처한 종을 살리는 마지막 희망이 동물원이다.

노정래 전 서울동물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