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홀 교환학생 같이 갈 수 있나요

어제 운전하면서 생각해보니...

캐나다에서 중학교 2학년 때 어학연수도 해 보고, 대학생 때 교환학생/워홀도 해 보고, 그리고 지금은 영주권자로 살고 있더라구요.

그래서 한번 비교해볼까 싶어서 글을 써 봅니다.

1. 중2 어학연수 - 겨울방학 2달 동안 캐나다 빅토리아에서 홈스테이

캐나다를 태어나 처음 가 본 때였습니다.

캐나다 공립 교육청 프로그램으로 갔었고, 그래서 공립학교에서 캐내디언들과 함께 수업 들을 수 있어서 좋았어요.

홈스테이 가족들도 너무 좋아서 나중에 한국갈 땐 많이 울었죠.

홈스테이 딸은 저보다 한 살 많았는데 나중에 교환학생 갔을 때 (무려 7년 후) 리자이나에서 만나기도 했어요 ㅎㅎ

제가 워홀 끝나고 빅토리아 들려서 홈스테이맘을 7년 만에 찾아뵙기도 했었구요.

어쨌든 이 프로그램은 2달 프로그램이었는데, 캐나다 학교 생활도 직접 경험할 수 있었고 중간중간 프로그램에서 준비한 다양한 이벤트? 들이 있어서 밴쿠버로도 놀러가고 컬링도 해 보고, 주말이나 방과 후에 같이 간 한국 친구들이랑도 어울렸던 게 너무 재밌었어요.

이 때야 말로 어릴 때 간 어학연수였으니, 돈 걱정, 살아갈 걱정 할 필요 없고 순수하게 그 시간을 즐길 수 있으니 너무 좋았죠.

2달 후엔 정말 한국에 돌아오기 싫을 만큼 울기도 했고, 다시 꼭 오겠다는 다짐을 했어요.

이 때의 경험이 있었기에 지금 캐나다에서 이민 와서 살고 있는 것 같아요.

2. 22살 교환학생 - 리자이나

결국 그 시절을 못 잊어서 워홀을 신청하고 교환학생도 신청했는데...

하필 20지망 중 18지망에 썼던 캐나다 리자이나 대학교가 교환학생으로 됐어요.

이미 워홀 비자가 있던 상태라 교환학생은 하와이나.. 싱가폴이나.. 미국이나.. 이런 데로 가고 싶었지만 토플과 학점이 그리 좋지 못해서 캐나다로 또 오게 됩니다 ㅋㅋㅋ

교환학생 때는 기숙사에 살았고 기숙사 비용을 한번에 내야 돼서 그건 부모님이 해결해 주셨기 때문에...

일단 주거 걱정은 없었습니다.

워홀 비자로 갔기 때문에 일주일에 이틀만 학교가서 수업 듣고 3일은 일만 했어요 ㅎㅎ

콘월센터 데리퀸에서 일했는데 사장님이 대대로 가게를 20년 넘게 해 오신 데라 ㅋㅋㅋㅋ

단골도 많고 데리퀸인데 뜨거운 음식을 안 하는 데여서 일도 편했구요 ㅎㅎ

파트타임이었기 때문에.. (그리고 SK주가 당시에 가장 최저시급이 낮았던 걸로 기억해요)

한 달에 버는 금액은 미미했습니다.. 아마도 천불 이하... 오래 돼서 잘 기억은 안 나네요 ㅠㅠ

아무튼 생활비 하면 거의 똔똔되는 금액이었습니다 ㅋㅋㅋ (한 달에 100-200불 정도 저금했던 것 같네욥..)

교환학생의 장점은 친구들을 많이 사귈 수 있다는 거예요 ㅎㅎ

사실 워홀만 하면 친구 사귀기가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ㅠㅠ

교환학생은 기숙사 같이 사는 친구들도 있고, 수업 듣는 친구들도 있고, 한국에서 온 친구들도 있고, 그 친구의 친구도 만나고 이러다보면 ㅋㅋㅋㅋㅋ 어느 새 친구가 많아져있습니다 ㅋㅋㅋ

3. 22-23살 워홀 - 캘거리/캔모어

워홀의 장점은 일단 돈을 모을 수 있다는 점!

교환학생 끝나자마자 캘거리로 가서 2달 정도 하다가 캔모어에 놀러갔는데 너무 예뻐서 바로 다 접고 캔모어로 넘어갔습니다.

당시 3월 정도... 이제 막 성수기가 시작되는 시점이라 그 때부터 8월 중순까지 9000불 정도를 모았어요.

호텔 레스토랑에서 메인잡하고, 캐내디언 타이어에서 캐셔 하면서 투잡을 뛰었더랬죠.

캔모어 록키산맥 자연에 힐링하며... 그렇게 투잡 뛰니까 돈이 어느 새 9천불 되더라구요 ㅋㅋ

단점은 역시 친구 사귀기가 어렵다는 점...

물론 캔모어가 작은 마을이라 더 그렇긴 하지만 캘거리에서도 다운타운에 살지 않고 씨트레인 타고 나가는 동네에서 살았던 지라 친구들이 없었어요 ㅎㅎㅎ

그리고 워홀을 하면 영어가 늘겠지, 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워홀은 영어를 활용하는 건 가능한데 따로 공부하지 않는 한 영어가 생각만큼 드라마틱하게 늘지는 않습니다...

맨날 쓰던 영어만 보통 쓰기 때문이죠....

근데 스피킹/리스닝은 그래도 꽤 늘었어요! (생활영어....)

전 워홀 때 5가지 직업을 해 봤는데..

(데리퀸 알바/ 슈퍼스토어 시식코너/ 적십자사 정기 기부자 모집하는 도어투도어 세일즈/ 호텔 레스토랑 서버 + 룸서비스 + 웨딩이나 단체 미팅 뱅큇/ 캐내디언 타이어 캐셔)

다양한 경험을 해 볼 수 있었고, 그래도 캐나다에서 먹고 살 순 있겠구나 라는 확신을 들게 해 준 경험이어서 좋았어요.

4. 29살 이후 영주권자

워홀 이후 한국으로 갔다가 또 그 시절을 잊지 못하고 다시 영주권을 따서 캐나다에 돌아왔습니다.

워홀도 캘거리에서 했고, 지금도 캘거리에 있다보니.. 생활이 좀 직접적으로 비교가 되는데..

일단 가장 큰 변화는 차의 유무입니다.

캐나다에서의 경험 중에, 차가 있는 삶의 경험은 이번이 처음인데 정말.. 삶의 질이 달라지더라구요.

캘거리는 다른 대도시와는 달라서 다운타운에 회사와 집이 있는 게 아니라면 사실 차가 필수인데...

저도 물론 직장이 대중교통이 없는 곳이라 차를 무조건 구해야 하긴 했지만...

차가 있으니!

장 보기도 편하고, 어디 움직이기도 편하고, 너무 좋더라구요!

장 보는 게 진짜... 체감이 확 되는데 교환학생이나 워홀 때는 장 보는 게 제일 힘들었거든요 ㅠㅠ

특히 리자이나에서 교환학생 할 때는 마트도 멀어서 정말 마트 한번 가는 것도 일이었어요 ㅠㅠ

살 건 많은데 항상 무게를 고려해야해서 우유 하나 사는 것도 항상 망설였죠ㅠㅠ

아무튼 캐나다에서 그런 생활이 너무 익숙해졌다 보니, 처음 차를 사고 장을 보러 갔을 때 진짜 뭔가 감회가 남다르더라구요 ㅋㅋㅋㅋㅋㅋ 와 이런 삶이 가능하구나...! 차를 사면 이런 세계가 펼쳐지는구나! 이러면서 ㅋㅋㅋㅋ

영주권자의 삶은 어학연수/교환학생/워홀처럼 정해진 1-2년만 생각하는 게 아니라 삶의 전반..

아이를 낳고 그 이후의 계획 등 생각해야 할 게 정말 많고 은행, 몰기지, 보험 등 생활 전반적으로 정말 많은 걸 알아보고 풀어나가야 하는 숙제가 있죠..

그리고 영어....

어학연수/교환학생/워홀은 영어에 대해서도 정해진 목표가 있는 편이고, 그 정도만 달성하면 괜찮다, 라고 생각하게 되는데 오히려 영어에 대해서 더 목말라하고, 필요하다고 생각하게 되는 시점은 영주권자가 된 이후더라구요.

여기서 계속 살아야하고, 커리어를 계속 쌓아야되는데 그 부분에서 영어의 부족함이.. 어느 형태로든 발목을 잡게 되는 것 같아서 미리미리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항상 영어가 부족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살게 되는 것 같아요.

그리고 삶에 대해서, 커리어에 대해서, 미래 계획에 대해서 걱정도 많아지구요 ㅎㅎㅎ

여기서 얼마 후에 떠날 게 아니라 계속 살아야하니 여러 걱정이 많아지는 것 같습니다.

어학연수냐, 워홀이냐, 교환학생이냐, 영주권자냐,

그것에 따라 생각하는 것, 경험하는 것이 달라지긴 하지만..

그래도 돌이켜보니 어학연수도 좋았고, 워홀도 좋았고, 교환학생도 좋았고, 지금의 영주권자 삶도 각각의 장점이 뚜렷해서 다 좋았던 것 같아요 ㅎㅎ

워홀하고나서 영주권자의 삶에 자신이 없어서 한국으로 돌아갔는데, 돌아가보니 캐나다 다시 오고 싶은 열망이 강했어서 또 다시 캐나다로 돌아오게 되었네요.

영주권을 받고, 직장을 잡고, 정착을 하고 나니.. 이제는 여기가 집이라는 생각이 들고 여기서 잘 살아갈 고민을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