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는 나의 것 마지막 대사 - bogsuneun naui geos majimag daesa

복수는 나의 것 마지막 대사 - bogsuneun naui geos majimag daesa
 복수는 나의 것 포스터
ⓒ 노정규

4월말이었던가, 필자는 학교에 재학중이면서 동시에 월드컵이라는 막중한 대사를 치르기 위해 한때 한국관광공사의 모니터 요원이었다.

첫 번째 모니터 모임이 있었던 날, 그날이 <복수는 나의 것>이라는 영화에 일반시사회가 압구정동의 <시네플러스>라는 극장에서 개최됐다. 하지만 인천에서 모니터 모임이 있었던 나는 시간에 맞춰 갈 수 가 없었다.

하루가 지나고 다음날 시사회에 참관한 대다수의 사람들은 격찬과 비난의 양분된 의견이 엇갈렸다. <공동경비구역JSA>를 연출한 박찬욱 감독의 작품이 아닌 것 같다라는 의견과 이제야 드디어 영화다운 영화를 본 것 같다라는 의견이 분분했다.

많은 화제가 있었기에 필자는 그 영화를 개봉관에서 꼭 관람하고 싶었지만 어쩌면 이렇게 영원히 DVD로 소장해야 될 가치가 있었기 때문에 여기까지 온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참고로 지금 이 글은 영화를 봤다는 가정 하에서 스포일러를 달았다는 점을 감안하기 바란다.

영화초반 DJ의 목소리를 통해 엽서 한 장이 소개된다.

"나는 착한 사람이다" 청각장애인동생과 신장이식을 해야 할 누나가 같이 산다.

영화는 자막으로 지금의 상황을 처리한다. 동시에 자막은 청각장애인 동생의 느낌도 다분히 살려준다. 고통스러워하는 누나의 신음소리는 옆방총각들에겐 단지 자위행위를 하게 하는 마스터베이션의 자극적 소리일 뿐으로만 들린다. 어쩌면 이러한 행위의 연출은 곧 이기주의 속에 잠식된 현대시민의 모습을 극단적으로 보여준다. 자기의 아픔을 어는 누구도 100%이해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는 것을 전달시켜준다.

기존영화와는 달리 다소 많은 말(대사)보다는 영상(행동)으로 처리한다. 동시에 관객은 청각장애인이 된 듯한 느낌이 든다. 이는 곧 사회 속에서 배제된 아웃사이더의 느낌을 전달시킨다. 그리고 배우 신하균의 1인칭 시점으로 느껴진다.

영화는 청각장애인이라는 점을 영상으로 구분시켜준다. 짤리는 듯한 영상으로 청각장애인의 느낌을 확연하게 전달시킨다. 어쩌면 이러한 화면전달은 감독 박찬욱이 우리에게 다른 사람의 처지를 전달시키고자 하는 간접체험의 방식일 수도 있다.

영화장면 중 배두나의 설명에서 좋은 유괴와 나쁜 유괴에 대한 설명이 일부 동감하게 되는 감정이입이 부분적으로 보여준다. 실직자의 할복장면에서 런닝을 덮고 피가 스며드는 것은 그와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의 아픔을 극대화하는 미장센의 극치라고 할 수 있다.

동생은 누나의 신장이식 천만원을 위해 유괴를 한다. 중간마다 튀어나오는 동생의 어처구니없는 말 한마디가 건조한 극에 기름칠을 한다. 소리가 아닌 영상 그리고 정지된 모습, 사물을 집중적으로 보여주면서 그 느낌을 전달한다. 이 영화는 약간의 전위적인 영화의 형태를 뛰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영화들 중 가장 절제된 대사를 보여준다. 유괴는 어떻게 했는지 보여주지 않는다. 어쩌면 우리의 인생과도 같이 오로지 과정은 없고, 결과만이 존재한다. 돈을 구했어도 자살해 버린 누나, 유괴 당한 아이는 세상에서 가장 부러운 것은 엄마가 머리를 따주는 것이라며 자기가 유괴 당한 줄도 모른다.

오빠를 찾으며 물에 빠져 죽는 소녀, 소녀의 목소리를 듣지 못하는 것뿐만 아니라 가장 중요할 때 소리를 듣지 못하는 신하균은 곧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 즉 방관과 치부로 점철된 우리의 직선적인 모습이다. 죽은 누나를 나무 밑에 돌로 무덤을 만드는 모습과 거기에 등장하는 뇌성마비 환자 류승범이 쌓아놓은 돌을 다시 버리려는 모습과 저지하는 모습에서 잠시 웃음을 유발한다. 비닐봉지에 얼굴이 묶여있는 송강호의 모습에서 소리를 쳐도 누구도 알아듣고 볼 수 없는 처지가 어쩌면 바로 현실의 아웃사이더로 느낄 수 있다. 아이를 죽여놓고 배두나와 신하균은 섹스를 한다. 배두나의 대사 중 개미 같은 녀석이라는 표현에서 홍수와 지진과도 같은 예지력 있는 모습은 이제 죽음을 예견하는 모습과도 맞물린다.

송강호는 옆방에서 들리는 방송사연을 듣고 신하균이 방송국에 보낸 엽서의 그림을 보고 단서를 찾는다. 부검장면, 화장터에서 인형의 목이 잘려나가는 모습, 환상 속에서 죽은 딸이 송강호를 껴안은 모습, 낙관적인 사람은 희망을 가져보라고 말할 수 있다는 의사의 말 등, 모두가 하나하나 짧은 대사 속에서 영화의 맥을 짚어나간다.

음악은 사뭇 1984년도 이장호 감독의 <바보선언>에 삽입된 사운드와 비슷하다. 형사반장으로 나오는 이대연씨는 독립영화 <낙타들>이라는 작품에서 열연한바 있다. 죽은 소녀의 목걸이를 끝까지 입으로 물면서 까지 가지려는 류승범의 모습은 바로 물질만능주의의 팽배 속에서 있는 우리의 모습이다.

후반부터는 하드보일드로 나간다. 그리고, 서로의 복수심을 부각시킨다. 이 영화 속에서는 미국축출, 재벌사회 없애자는 이야기들이 은연중에 배두나의 입을 통해 나타난다. 그런 모습은 장선우 감독의 <거짓말>과 비슷한 느낌이 든다. 서서히 복수가 이어진다.

신하균이 송곳으로 자기에게 장기이식을 사기시킨 사람들을 죽이는 장면과 초반, 중반 사회의 이면과 장면이 동시에 숏컷으로 나온다. 송강호가 돌맹이를 치우다가 죽은 누나가 보여지고 뇌성마비 류승범도 가세한다. 류승범 목에 걸린 목걸이를 통해 단서를 찾는다.

딸을 잃어버린 송강호와 누나를 잃어 버린 신하균! 이 둘 다 사회 속에서 버림을 받은 자다. 전기충격으로 보여주는 장면은 후에 배두나가 오줌을 싸는 가운데 그 앞에서 짜장면을 먹는 송강호의 복수에 잡힌 모습, 하얀 천이 떨어져 배두나의 얼굴이 나타나고 피를 흘리는 신하균이 손을 잡는다. 하나의 구분된 장면 즉 독립된 장면을 말한다. 살인묘사를 통해 스타일리쉬한 느낌이 전달된다. 가장 잔혹하게 하지만 서서히 마지막 배두나의 복수를 통해 송강호의 죽음을 보여준다.

젊은 영화감독들 40여명의 모임인 <디렉터스 컷>은 12월 18일 송년 모임을 갖고 투표를 통해 <복수는 나의 것>에 박찬욱 감독에게 올해의 감독상을 수상했다. 5월 중순 모 영화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박찬욱 감독은 <복수는 나의 것>을 통해 도리어 관객들에게 배신을 당했다는 말을 언급한 적이 있다. 이제야 필자는 그 말의 의미를 이해할 것 같다.

이 영화의 판단은 개개인별로 다를 것이다. 필자는 필자의 영화해석을 어느 누구에게도 강요할 생각은 없다. 다만, 오늘 필자의 영화 글이 다소 영화의 영향을 받은 듯 자꾸만 글 하나 하나가 개별적으로 따로 노는 듯한 느낌이 들어 조금은 몽롱한 느낌이 들뿐이다.

박찬우 감독은 신작 <올드보이즈>를 통해 배우 최민식과 또 다른 작품으로 우리곁에 다가올 준비를 하고 있다. 그의 선전에 박수를 보낼 뿐이다.

복수는 나의 것 마지막 대사 - bogsuneun naui geos majimag daesa

[스포츠니어스 | 최수경 기자] 영화 ‘복수는 나의 것’이 26일 오전 10시10분부터 채널CGV를 통해 방영된다.

‘복수는 나의 것’은 박찬욱 감독의 작품으로 나중에 만들어진 ‘올드보이’, ‘친절한 금자씨’와 함께 흔히 ‘복수 삼부작’이라고 부른다. 송강호, 신하균, 배두나 등이 주연으로 출연했다.

농아자인 신하균은 신장 병으로 죽어가는 누나에게 맞는 신장을 구하지 못하자 불법 브로커들에게 자신의 신장과 누나의 수술비 천만원을 주고 그 대가로 누나에게 적합한 신장을 구하고자 했지만 사기를 당하고 만다.

그 후 극렬한 무정부주의자인 애인과 함께 누나의 신장이식 수술비를 마련하기 위해 중소기업 사장의 딸을 유괴하고 몸값을 요구하려고 계획을 세운다.

“너 착한 놈인 거 안다. 그러니까 내가 너 죽이는 거 이해하지?”라는 영화 막판 대사가 세월이 지나도 명대사로 남아 있다. 하지만 이 영화는 2002년 개봉 당시 약 34만 명의 총관객을 불러 모으는데 그치며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