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 호크 다운 교훈 - beullaeg hokeu daun gyohun

블랙호크다운이라는 영화의 배경이된 1993년 소말리아 모가디슈의 사건에 대해 
몇자 적습니다.


실패인가 성공인가?

몇몇 분들이 아이디드의 참모 몇명을 체포하기 위한 작전이었는데 일부 체포했으니
성공이라는 주장을 펴던데... 사과 나무 올라가 사과를 따먹다가 떨어져 다리부러졌다면
그게 성공일까요? 사과 몇개먹었다고 해도 이건 참담한 실패입니다.

미국의 목적은 애초에 이이디드의 축출이었고, 이를 위해 부하들을 체포하려던 것이었
습니다.  그러다가 오히려 역습을 당했으며, 초강대국의 체면을 구기고 쓸쓸히 철수합니다.

아이디드는 오히려 그 다음해던가 스스로 대통령이라고 선포할 정도로 기세를 올리죠.
완벽한 실패입니다.

적들로 바글거리는 곳에서 그 정도면 잘했다고요? 작전요원들이 잘못했다는 말은 아닙니다.
오히려 잘했죠. 최선을 다했습니다. 그러나 적들이 바글거리는 그곳에 대원들을 투입한
지휘관은 완전히 잘못 판단 한겁니다.

실패는 누구 책임인가?

실패는 현지 지휘관의 책임입니다.
블랙호크다운 논픽션이나 영화보면, 지원을 제대로 해주지 않는 클린턴 정부를 욕합니다.
그러나 과연, 지원이 부족해서 일까요? 영화에서는 건쉽을 지원해주지 않는다... 라고
욕하는데 건쉽이면 AC130이나 아파치 헬기를 말하는 것이겠죠?

그게 있었으면 나았을까요? 골목골목 민간인과 섞여... 아니, 섞였다기보다 민간인이
돌던지면 시위대고, 죽은놈 시체에서 총 한자루 주우면 민병입니다. 구분이 안되죠.
105미리, 헬파이어 미사일을 장비한 건쉽이나 그냥 로켓탄과 미니건 달린 헬기나...
난닝구 한장 걸치고 AK47하나 주워든 민병 상대하는 것은 똑같습니다.
소말리아 민병들은 105미리로 조질만한 벙커나 헬파이어로 날려버릴 전차가 없습니다.
그곳은 민간인 거주구역이었고... 만일 105미리나 헬파이어를 썼다면, 민간인 피해만
커졌을 겁니다. 미국은 더 난처해지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짜로 반드시 건쉽이 필요했다면, 게리슨 장군은 다시 한번 건쉽을
신청했을 것이고, 이를 \'워싱턴의 군대도 안갔다온 애송이 관료놈\'들이 또 거절했다면,
장군은 작전을 취소하면 됩니다. 그런데 강행했죠. 장군이 지원없이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에 실행한 것이고, 워싱턴의 지원부족 운운은 비겁한 변명일 뿐입니다.

워싱턴의 새파란 애새끼들이 "아 ㅅㅂ 얼른 못끝내? 썅"이라고 닥달을 해서 강행했다고요?
어린 노무 시키들에게 잔소리 좀 듣는게, 19명 부하들의 생명보다 중요하지는 않습니다.
장군은 아무도 안죽고도 작전이 성공할 것이라 착각했기에 작전을 시행한겁니다.

당시 미군은 스탈린그라드의 소련군이나 낙동강전선의 한국군이 아닙니다.
"여기서 무너지면 조국은 전멸이고 다 죽는 상황이다 어차피 죽을 목숨 싸우다 죽자!"가
아니었습니다. 그냥,  \'다음 기회에 잡지\'하면 그만입니다.   
클린턴이 스탈린처럼 작전 미룬다고 소환해서 시베리아 강제수용소에 보내나요?

 어떤 분들은 포병과 전차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분도 있던데...
당시 작전은 적 요인 납치였지 \'피의 보복\'이 아니었습니다.

정보의 부족에 대한 것도 현지 지휘관의 책임입니다. 어떤 분은 워싱턴이 정보도 안주고...
갈구기만 했다는데,
현지의 상황을 파악해서 정보를 얻어내야하는 것은 현지 지휘관의 몫이지
워싱턴에서 가능한 일이 아닙니다.  워싱턴에서 관심법으로 정보를 수집할까요? 천리안이라도
있나요? 할 수 있는건 위성사진이나 주는 것 뿐입니다.

정보수집은 델타포스가 하는 거죠. 영화에도 보면, 델타포스요원들이 시내로 들어가 정탐하고
현지인 매수해서 목표물들이 모이는 장소를 알아냅니다. 그런데 델타와 현지 정보원들이
전달한 정보를 장군과 참모들이 잘못 분석하여, 잘못된 판단을 한 것입니다.

그런데 왜 워싱턴을 욕하나?

정치적 성향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한민국 군관계자 들이나 군사 전문가들이
친한나라당의 보수주의자들이라면  미국의 군관계자나 군사전문가들은 역시 친공화당의
보수주의자들입니다.

태생적으로 민주당 정권을 싫어하고, 민주당 중에서도 특히, 베트남전을 피하기 위해
영국으로 도피유학을 떠나 마리화나나 피워대며 탱자탱자 놀던 히피놈-클린턴은
그 중에서도 가장 미움받던 존재였습니다. 
시쳇말로 "이게 다 노무현탓"인것 처럼 "이게 다 클린턴"탓인거죠

블랙 호크 다운 교훈 - beullaeg hokeu daun gyohun

(히피차림의 젊은날의 클린턴-머리에 꽃을 꽂고 샌프란시스코로 가요~)

왜 현지 사령관과 참모들은 잘못된 판단을 했는가?
- 미군은 소말리아인들을 이해하지 못했다. 블랙호크 다운 영화를 보면, 굶주린 사람들에게 식량을 나눠주는 고마운 미군과 그들이
나누어 주는 식량을 얻기위해 몰려든 사람들에게 총을 쏘는 악마같은 존재 아이디드가
대비됩니다.  그런데 희안하게도 당시 소말리아인들은 식량을 독점하기위해 학살을
자행하는 악마를 위해 식량을 나누어주는 고마운 미군에게 총을 쏘고 목숨을 걸고 덤벼듭니다.

영화만 봐서는 소말리아인들을  절대로 이해할 수 없습니다.
아마도 미국인들은 지금까지도 소말리아인들이 왜 아이디드가 아니라 자신들에게
총을 쏘았는지 모르나 봅니다. 그러니까 영화를 그렇게 만들었겠죠.
논픽션을 읽어봐도 소말리아인들이 아이디드가 아니라 미군을 증오하고 목숨을 걸고
공격한 이유가 제대로 나오지 않습니다.

미군은 잔인한 폭군과 그를 따르는 민병들이 불쌍한 소말리아인들을 학살하고
식량을 수탈하며, 소말리아의 일반시민들은 군벌들이 무서워서 그들을 따를 뿐,
미군이 도와주기만 하면 시민들이 나서서 폭군과 그 일파를 무찌르고 자유를
쟁취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시민혁명으로 압제자를 타도하고 나라를 세운, 이미 민주화된 국가에서 태어나
자라온 미국인이라면 당연히 이렇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상황은 반대였습니다.

아프리카에서 미국인의 상식은 통하지 않았다.

위의 사진을 보면 당시 미군의 시체를 훼손하는 자들입니다.
군벌로 보이십니까? 일반 민간인이었습니다. 그 당시 모가디슈의 시민들은
아이디드보다 미군을 더 증오했고 미군을 공격한 것은 바로 그들이었습니다.

미군은 당시 작전에서 아이디드의 참모들이 거느린 보디가드들과 주변에
모여있던 민병 일부는 막강한 미군앞에 금방 무력화할것이라고 생각했고
실제로 그들을 제압하는 것은 쉬운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아이디드에게 식량을 수탈당하고 폭정에 시달려 아이디드를 증오하고
미군을 해방자로 반길 것이라고 생각했던 시민들이 집에서 총을 꺼내와 미군을 공격하기
시작합니다.

왜그랬을까요? 당시 미군에게있어서 소말리아인들은 딱 두가지였습니다.
식량을 수탈당하고 학살당하는 불쌍한 흑인들과 남의 식량을 빼았고 남을 죽이는
나쁜 흑인들. 총을든 민병은 나쁜 흑인 나머지는 불쌍한 흑인....

피는 물보다 진하다. 특히 아프리카에서

그런데 억압받고 수탈당하고 학살당한다고 생각했던 소말리아의 시민들의 상당수가
아이디드와 그의 민병을 지지한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소말리아는 씨족공동체 또는 부족공동체 사회입니다. 지금도. 
국가, 세계 등은 그들의 관심 사항이 아닙니다. 그들에게 있어서 부족의 이익은 국가의
이익에 우선하고, 내 부족이 아닌 자들과 어떠한 동질감도 가지지 못합니다.

게다가 너무나 척박하고 궁핍하여 내 씨족, 내 부족을 중심으로 똘똘뭉치지 않는다면
당장 밥그릇을 빼앗긴다고 생각해 왔고, 또한, 다른 부족이 더 배불리 먹게된다면 그들이
힘을 키워 우리부족을 수탈하고 학살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입니다.
실제로 그런 일이 벌어져 왔고요. 르완다나 다르푸르에서 상대편 부족 전체를 잡아다
팔을 잘라버리는 행동도 이런 생각에서 벌이는 것이고요.

미군은 이런 점을 간과했습니다. 어떤 부족에게 아이디드는 악마지만, 어떤 부족에게는
유일한 밥줄이고, 생명줄이라는 것을.
아이디드가 쫒겨나면, 당장 식량 얻을 길이 없고, 적대적인 부족에게 피의 보복을 당할
것이라고 생각한 부족들은 결사적일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니까 강력한 미군에게 그렇게
목숨걸고 대항한 것입니다.

미군에게 필요했던것은 항공지원이나 장갑차가 아니라 문화인류학

문화인류학이라는 학문이 비약적으로 발전하게된 것이 유럽열강의 식민지 지배를 위한
필요성 때문이라고 합니다. 식민지를 획득하여 통치하기 위해서는 주민들의 생각을 이해
하는 것이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미군은 소말리아의 문화를 몰랐고 그들이 가진 정의와 그들의 판단기준을
몰랐습니다. 그랬기 때문에  모가디슈에 살고 있는 잠재적인 적의 존재를 파악하지 못했고
당장 눈에 보이는 만만한 먹잇감을 보고 달려들었다가 완전히 수렁에 빠진것이죠

미국에 비해 장비나 병력이 한참 모자란 영국이 각종 특수전 분야에서 놀라운 성과를 보인
것을 잘 알고 계실 겁니다. 그 힘의 원천이 뭘까요? 그건, 오랜 식민지배를 통해 현지의
문화와 민족의 특성등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