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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캐나다에서의 자연과 가까운 삶 2화캐나다에서 봉숭아 물들이기, 이게 뭐라고 재밌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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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캐나다에서 봉숭아 물들이기, 이게 뭐라고 재밌네요국경도 나이도 초월한 봉숭아 물들이기21.09.16 17:12l최종 업데이트 21.09.16 17:42l 김정아(lachouette)
본문듣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공감23 댓글댓글달기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큰사진보기 관련사진보기 외국에 나와 살다 보면, 한국에 있을 때 가볍게 여겼던 것들이 그리워지곤 한다. 있으면 좋고, 없으면 말고... 그런 것들이 갑자기 생각나곤 하는데, 마당을 가꾸기 시작하고 보니 한국의 화초와 야채들 생각이 많이 나게 되었다. 작년에 어렵사리 수소문해서 키웠던 봉숭아도 그중 하나였다. 갑자기 봉숭아가 너무나 심고 싶어져서 온라인 지역 카페에 문의했더니, 마침 모종이 넉넉하다며 나눔 해준다 해서 넙죽 받아다 키웠다. 큰사진보기 관련사진보기 꽃이 피니 참으로 예뻤다. 내 어린 시절 기억에 봉숭아가 그리 예쁜 꽃인줄 몰랐는데, 색색으로 화단에 핀 봉숭아는 길쭉한 잎과 더불어 화려해 보였다. 모양이 살짝 특이한 것이 마치 봉황을 닮은 듯도 했다. 그래서 이름이 봉선화라 했던가! 캐나다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은 식물이었지만, 이웃들도 보며 탐을 냈다. 씨를 주겠다고 신경 써서 씨앗도 모았다. "손 대면 톡 하고 터질 것만 같은 그대, 봉선화라 부르~리~" 그랬다, 정말. 봉숭아 씨앗은 손 대면 톡 하고 터졌다. 조롱조롱 사랑스럽게 매달린 씨방을 손으로 건드리면 폭발하듯 터지면서 안에 있던 씨앗이 쏟아져 나왔다. 옛 기억 속에는 봉숭아 씨앗에 대한 것은 전혀 없었다. 오로지 봉숭아 꽃 물들이기에 내 기대가 가득했기 때문이었나 보다. 큰사진보기 관련사진보기 관련영상보기 어릴 적, 봉숭아 꽃이 필 무렵이면 언제나 어머니가 손톱에 물을 들여주셨다. 집에서는 매년 사용하는 천이 있었다. 사용 후에 빨아서 가지런히 개서 서랍에 넣어두셨는데, 꽃물로 범벅이 되어 얼룩덜룩한 모양이 오히려 기대감을 상승시켜주었다. 그렇게 손가락에 비닐과 헝겊을 덮고 실로 총총 감아서 잠자리에 누우면 행여 자다가 빠질세라 노심초사하느라 몇 번씩 잠에서 깨곤 했다. 너무 단단히 묶어 피가 잘 안 통해서 힘들어하면서도 막상 느슨하게 풀어주신다고 하면 싫다고 도망을 갔다. 그리고 아침에 졸린 눈을 비비고 일어나서, 어김없이 손톱에 물든 것을 확인하고 신나 하던 기억이 선명하다. 중학교에 올라가자, 이 봉숭아 물이 첫눈 올 때까지 빠지지 않고 남아있으면 첫사랑이 이루어진다는 이야기에 왠지 설레기도 했었다. 그 기억이 나서 작년에 봉숭아 물들이기를 시도했다. 그런데 백반을 구하지 못해서 소금을 조금 넣었는데, 아마 너무 조금 넣었나 보다. 남편에게까지 우리의 풍습을 이야기하면서 같이 했는데 물이 안 들어서 너무 실망을 했다. 그러나 올해 다시 도전! 여러 쇼핑몰들을 뒤져서 백반을 찾았기 때문이다. 다 늙은 나이에 애처럼 무슨 봉숭아 물들이기냐고 핀잔을 들을 수도 있겠지만, 정말 이 나이에는 그런 핀잔을 줄 사람도 없고, 그렇다고 기죽을 나이도 아니다. 큰사진보기 관련사진보기 봉숭아 물을 들이려면 꽃과 잎이 있어야 한다. 사실 꽃보다는 초록색 잎사귀가 막상 물이 더 잘 든다. 꽃은 그냥 기분 내려고 넣고, 없으면 잎만 가지고 해도 충분하다. 잎은 초록색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그 안에 붉은 색소도 함께 있다고 한다. 비록 양이 적어서 초록색으로만 보이지만, 붉은색은 물이 오래 남고 초록은 쉽게 빠지기 때문에 손톱에는 막상 붉은색만 염색이 되는 거라고 한다. 비 예보가 있길래, 봉숭아 잎과 꽃을 하루 미리 따서는 그냥 그릇에 담은 채로 묵혔다. 잎이 너무 촉촉하면 오히려 즙이 너무 많이 나와 주체가 어렵다. 살짝 마르는 것이 좋다. 그래서 하루 전날 따두면 그다음 날 딱 적당해진다. 만일 당장 물을 들일 수 없다면, 그대로 냉동했다가 나중에 사용해도 된다. 큰사진보기 관련사진보기 흠! 백반을 얼마나 넣어야지? 하도 오래되어서 생각이 나지 않았다. 백반의 양이 적으면 물이 잘 안 들 것 같았다. 잎을 찧으면서 처음에 봉숭아 무게의 반을 넣었다가, 빻고 나서 다시 더 넣어서, 봉숭아와 백반의 비율이 1:1 정도 되게 만들었다. 원래 봉숭아 물을 들여주던 어머니의 엄지와 검지가 먼저 물이 빨갛게 들던 생각을 떠올리며 내 손가락을 봤더니 연하게 색이 비쳤다. 성공 예감! 일회용 장갑을 잘라 봉숭아 얹은 손톱을 감싸고 테이프로 붙여서 완성! 남편은 왼쪽 새끼손가락 하나만 들이고 나는 약지까지 두 개씩 감싸고 잠자리에 들었다. 큰사진보기 관련사진보기 아침에 눈 뜨자마자 부스럭거리며 비닐을 벗긴 남편이 외쳤다. "오, 이런! 이거 정말 빨갛잖아!" 그리고 화장실로 가서 손을 씻더니, 빨강이 아니고 오렌지색이라며 웃었다. 이제 첫눈 오기만 기다리면 되는 것인가? 두 노인이 어린 마음으로 돌아가, 설레며 첫눈을 기다려야겠다! 큰사진보기 관련사진보기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태그:#봉숭아, #봉선화 추천23 댓글 스크랩 페이스북 트위터 공유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네이버 채널구독 다음 채널구독 구독하기 연재 캐나다에서의 자연과 가까운 삶
글 김정아 (lachouette) 내방
캐나다에 거주하며, 많이 사랑하고, 때론 많이 무모한 황혼 청춘을 살고 있습니다. 이 기자의 최신기사 늙은 애호박으로 만든 파이, 캐나다 남편의 반응 공유하기닫기캐나다에서 봉숭아 물들이기, 이게 뭐라고 재밌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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