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 카메라 불법 - angyeong kamela bulbeo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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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열쇠, 라이터, 명함지갑 모양의 초소형 카메라. 실제 명합지갑과 비교해도 구분이 어렵다. 여성국 기자

25만원이면 깜깜해도 찰칵… 몰카 누가 샀나 기록해야 하나

"휴대폰 케이스, 명함지갑처럼 보여 지하철에서도 아무도 모르게 찍을 수 있어요."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용산구 전자상가 일대, ‘몰래카메라’로 악용되는 초소형 카메라 판매업자 A씨는 명함지갑 모양 몰카를 보여주며 이같이 말했다. A씨는 "안경, 시계, 볼펜 카메라는 요즘처럼 조심하는 때 티가 많이 나서 잘 안팔린다"며 "휴대폰 케이스, 명합지갑, 차 열쇠 모양 몰카를 많이들 산다"고 귀띔했다.

이외에도 생수통 모양, 라이터형 카메라 등이 있다고 했다. 불을 끄고도 촬영 가능한 적외선 초소형 카메라는 25만원, 라이터형은 16만원, 차 열쇠형은 22만원에 판매 중이었다. 1시간 20분부터 길게는 3시간 반까지 촬영이 가능했다. A씨는 구매 고객은 대부분 남성이라고 전했다.

누구나 몰카 구매 가능, 몰카 탐지기 판매도 늘어

지하철역, 화장실, 탈의실 등에서 여성들이 느끼는 도촬과 '몰카' 두려움이 일상화되고 있지만 몰카로 악용되는 초소형 카메라는 돈만 있으면 누구나 쉽게 살 수 있어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몰카용 초소형 카메라의 온라인 판매가 논란이 되자 옥션, G마켓 등 인터넷 쇼핑몰은 2015년 9월 악용 가능성이 있는 초소형 카메라 판매와 광고를 금지했다. 하지만 개별 업체들의 온라인 판매는 여전하다. 몰카 촬영이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어도 몰카로 악용되는 초소형 카메라는 전파법 인증과 전기용품 안전관리법 안전확인만 받으면 판매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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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카 찌르개'로 쓸 송곳과 실리콘을 구매했다는 인증샷. [사진 트위터 캡처]

도촬 위협에 노출된 여성들은 송곳, 실리콘 등 일명 '몰카 찌르개'를 갖고 다닌다. 스스로 몰카 피해를 막기 위함이다. 최근 화장실, 탈의실 등에 의심스러운 구멍들을 보며 일상의 몰카 공포를 느끼는 여성들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몰카 찌르개 인증샷을 올리며 대처 경험을 공유하고 연대한다.

실제 몰카탐지기를 찾는 여성들도 늘었다. 인터넷쇼핑몰 G마켓에 따르면 올해 1~5월 몰카탐지기 판매량은 전년 대비 63% 증가했다. 올해의 경우 3월 판매량은 전월 대비 73% 상승했고, 4월에는 62%가 늘었다.

여성들 대책 마련 요구 "몰카 단속, 처벌 강화해야"

지난 3월 여성들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위장ㆍ몰래카메라 판매금지와 몰카범죄 처벌을 강화해달라'는 글을 올려 피해를 호소하고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20만명 넘게 참여한 이 청원에 대해 지난달 21일 이철성 경찰청장과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이 공동 답변자로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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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광주 남구 봉선동 공원 화장실에서 경찰과 구청 공무원 등으로 구성된 불법촬영 합동점검반이 소형카메라 설치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합동점검반은 내달 말까지 찜질방, 수영장 등 다중이용시설에서 불법촬영 예방 활동을 이어간다. [연합뉴스]

이철성 경찰청장은 "지난 5월 17일 '여성악성범죄 집중단속 100일 계획'을 시작했다"며 "지하철역, 물놀이 시설 등에서 불법 카메라 설치 여부를 일제 점검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3월 전국 지방청에 사이버성폭력수사팀을 신설했다. 불법촬영 영상물이 유포되면 적극 대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9월 정부는 '디지털성범죄 피해방지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변형 카메라 수입ㆍ판매업 등록제 도입, 불법 영상물 신속 삭제ㆍ차단ㆍ유통 통제, 가해자 수사 및 처벌 강화 내용 등을 담았다.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은 청와대 청원 답변을 통해 "분기마다 이행사항을 점검 중이나 더 세심하게 챙기겠다"며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불법영상물 신속 삭제를 위해 긴급 심의 방식을 포함해 대책 발표 후 1만여 건의 불법 영상물을 삭제하거나 차단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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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열쇠 모양의 초소형 몰래카메라. 김지아 기자

하지만 판매업자 등록제는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불법으로 몰카를 유통ㆍ판매ㆍ활용하는 이들을 막을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서울경찰청은 전파법 등 인증을 받지 않은 불법 몰카 수입 일당을 검거했다. 이들은 2015년 1월부터 8개월간 몰카 3568점을 수입해 7억9000만원 상당을 불법 유통했다. 이들이 유통한 초소형 카메라는 벽걸이 시계부터 차 열쇠 모양까지 다양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유해 화합물관리처럼 초소형카메라 구매자의 신상정보를 기록하고, 몰카 단속과 처벌을 강화해 사회적으로 몰카 범죄에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유통 플랫폼 단속이 필요하단 지적도 있다. 서승희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대표는 "몰카 영상의 약 90%는 초소형 카메라가 아닌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것"이라며 "몰카 영상을 유통하는 온라인상 플랫폼에 대한 규제도 있어야 실질적인 몰카 범죄와 피해를 방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여성국·김지아 기자

사진·영상 찍어 SNS 올릴 수 있는 안경 출시
"불법 촬영 등 범죄에 악용될 수 있어" 우려도
지난 10년간 불법 촬영 범죄 건수는 5만여건
규제법, 기술발전 저해 가능성… 상임위 통과도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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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밴 스토리즈’를 착용한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대표. 레이밴 유튜브 캡처

선글라스를 쓰고 오른쪽 안경다리에 있는 버튼을 누르면 30초 길이의 동영상 촬영이 가능하다. 버튼을 길게 누르면 사진도 찍을 수 있다. 30초 길이의 동영상 35개 또는 사진 500장을 저장할 수 있다.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하면 이를 페이스북·인스타그램에 바로 올릴 수도 있다.

지난 9일(현지시간) 페이스북은 유명 선글라스 브랜드 레이벤의 제조업체 에실로 룩소티카와 협업해 스마트 글라스 ‘레이벤 스토리즈’(Ray-Ban Stories)를 출시했다. 영화에서 볼 법한 안경이지만, 불법촬영이나 스토킹 등 범죄에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레이벤 스토리즈가 출시된 날 ‘스파이 장비’라며 사생활 침해를 우려했다. 레이밴 스토리즈에는 좌우 테두리 부분에 카메라와 스피커, 마이크가 내장돼 있다. 사진과 동영상 촬영, 전화 통화, 녹음 등이 가능하다.

페이스북은 사생활 침해 우려에 30초 동영상 제한이 걸려 있어서 다른 사람이 모르는 사이에 장기간 녹화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사진이나 동영상을 찍으면 흰색 LED 불빛이 들어오는 등 사생활 보호책이 있다고 했다. 하지만 떨어진 거리에서 불빛을 파악하기 쉽지 않고 테이프 등으로 감싸 불빛을 막아도 카메라가 작동하는 등 허점이 많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불법촬영에 악용되는 변형카메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초소형 카메라 (위장형 카메라) 판매를 규제해주세요’, ‘몰카 구매와 판매를 금지시켜주세요’, ‘불법 촬영 기기 판매 중지 및 규제 강화를 부탁드립니다’ 등 변형카메라 규제를 촉구하는 글이 많다. 지난 6월 올라온 ‘초소형 카메라 판매 금지 해주십시오’ 청원글은 한 달 동안 23만명 이상이 동의해 정부 답변을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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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이처럼 시민들이 변형카메라 규제를 요구하는 청원이 잇따르는 이유가 있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가 지난 6월 공개한 ‘내 인생은 당신의 포르노가 아니다: 한국의 디지털 성범죄’ 보고서에는 시계, 계산기, 옷걸이, 머그잔 등 일상용품으로 위장한 변형카메라 사례가 담겨 있다.

직장 상사가 변형카메라인 탁상시계를 선물해 피해자를 몰래 지켜본 사례도 있었다. 지난 8월에는 고등학교 교사가 학교 여직원 화장실과 이전에 근무했던 학교의 여학생 기숙사에 화재감지기로 위장한 변형카메라를 설치해 불법 촬영한 혐의로 구속됐다. 이 밖에도 30대 운전 강사가 차 안에 소형 카메라를 설치해 운전 강습을 받는 여성들의 신체를 촬영한 혐의로 구속되는 등 변형카메라로 인한 불법촬영 피해는 끊이지 않고 있다.

17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불법촬영 범죄 건수는 5만1000여건에 달한다. 불법촬영 범죄는 2011년 1500여건에서 2015년 7600여건으로 5배 정도 증가하는 등 꾸준히 증가하다가 2017년부터 줄어드는 추세다. 지난해 불법촬영 범죄 건수는 약 4800건으로 2013년(4841건) 이후 8년 만에 5000건을 밑돌았다.

겉으로 드러난 통계보다 불법촬영 범죄에 대한 불안은 더 크다. 2019년 서울경찰청이 서울에 거주하는 여성 389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32%(1246명)가 불법촬영을 가장 두려워한다고 답했다. 이어 성폭행·추행(29.1%), 주거침입(23.4%), 스토킹(15.3%) 순이다. 같은 해 강간·강제추행 범죄 건수는 2만3537건으로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카메라 등 이용촬영) 위반 5764건보다 4배 이상 많았지만, 불법촬영을 더 두려운 범죄로 꼽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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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과 규제 사이 딜레마

변형카메라를 규제하는 법안은 꾸준히 발의돼왔다. 현행 법률인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등은 카메라를 이용한 불법촬영과 유포에 관한 사후적 처벌만을 규정하고 있다. 한번 유포된 불법 촬영물을 영구 삭제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법안 제정 필요성은 더욱 크다. 하지만 ‘변형카메라 관리법’은 번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3월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이 발의한 ‘변형카메라의 관리에 관한 법률안’은 현재 소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이 법안은 변형카메라의 제조·판매·구매대행·소지 등을 관리하는 이력정보시스템을 구축·운영하는 것이 골자다. 변형카메라 취급업자가 등록 없이 이를 취급하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

하지만 법안이 실제로 국회를 통과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변형카메라의 정의가 모호해 기술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진 의원이 발의한 법안에 따르면 드론이나 스마트 글라스 같은 웨어러블 카메라도 변형카메라로 묶여 규제될 수 있다. 이를 두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스마트 안경, 스포츠 등 개인 활동 촬영을 위한 일반 웨어러블 카메라같이 새로운 융·복합기기와 제정안의 규제 대상인 변형카메라의 구분이 모호하다”면서 “변형카메라를 직접 제작하거나 해외 직구로 구매할 경우 단속이 어려워 규제 실효성이 낮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정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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