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매니저 메이크업아티스트 스타일리스트 몇 명

가방 안의 수행비서 '성공 플래너'

불편한 스케줄이 더 좋다? 

  중국 드라마 촬영장에는 연예인 매니저를 볼 수 없다.

  배우의 매니저가 없는 드라마 촬영 현장. 국내에서는 상상할 수 없다. 국내의 소위 잘 나가는 연예인들은 매니저를 두세 명씩 둔다. 그들은 기본적으로 스케줄 매니저가 있다. 연예인들의 방송 출연 등 연예활동과 관련된 모든 일정을 계획 관리하는 일을 담당한다. 로드매니저라고 불리는 매니저는 연예들이 이미 계획된 스케줄을 무사히 진행할 수 있도록 연예인의 차를 운전하여 촬영지로 이동하는 등 연예인의 스케줄을 보조한다.

연예인 매니저 메이크업아티스트 스타일리스트 몇 명

그러나 중국의 드라마 현장에는 이 같은 로드매니저를 찾아볼 수 없다. 배우가 직접 차를 운전하고 의상도 따로 코디가 없이 제작진이 주는 대로 입는다. 대신 이들에게는 촬영 보조한 명이 따라붙는다.이 한 명이 배우의 짐을 들어주고 메이크업까지 하는 등 일인 다 역을 소화한다. 물론 매니저가 없는 것은 아니다 중국의 연예인 매니저는 배우의 작품 섭외에만 매진한다.  헤어스타일 리스트 따로, 메이크업 아티스트 따로, 스타일리스트 따로, 매니저 따로 있는 국내 배우들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이것을 아직 중국이 엔터테인먼트의 후진국이라서 그렇다고 치부할 수만은 없다. 왜냐하면 국내 드라마 제작 환경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밤샘 촬영을 중국에서는 상상할 수 없기 때문이다. 중국의 드라마 스태프들은 철저히 합의된 시간 동안만 일을 한다. 예를 들어서 촬영감독이 한창 촬영을 하다가도 약속된 시간이 지나버리면 당연한 듯이 그냥 퇴근을 해버리는 것이다. 어느 나라가 더 선진국인가? 어느 시스템이 더 효율적인가?
필자도 몇 편의 영화에 출연한 적이 있다. 아침 7시까지 오라고 해서 630분 전에 도착해서 스탠바이를 했다. 그러나 정작 촬영에 들어간 시간은 저녁 7시였다. 12시간을 현장에서 대기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기획서에 쓰여있는 타임 스케줄에는 오후 4시가 예정이었다. 이 날 나뿐만 아니라 엑스트라 100여 명도 오전에 집합을 시켜서 10시간을 대기시킨 것이다.
우리나라 촬영 현장에서는 아주 흔한 이야기란다. 조연출에게 물어봤다. 오후 늦게 촬영인데 왜 일찍 집합을 시켰냐는 물음에 예산을 절약하기 위해서 몰아서 찍다 보니 이런 일이 발생할 수 있다는 변명이다.

  해외 촬영 때문에 호주에 갔을 때 감독이 현지 스텝과 촬영하면서 우리 한국과는 다른 스케줄을 잡는 것에 놀랐다. 정해진 시간을 넘겨서 촬영하면 두 배가 넘는 수당을 지불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덕분에 내 촬영은 오전에 정확하게 끝났고 난 오후에 한가하게 홀로 관광을 즐길 수 있었다.

  촬영 시간이 정확하고 끝나는 시간이 정해져있다면 우리나라 배우들도 딱히 로드 매니저가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늘 시간에 쫓기거나 때로는 지나치게 미리 대기하는 등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지 못하기에 쓸데없는 인력과 비용이 지출되는 것을 왜 모르는지 안타깝다.

연예인 매니저 메이크업아티스트 스타일리스트 몇 명


   시간 계획은 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을 위해서도 필수다. 대배우인 이순재는 따로 매니저가 없다. 본인이 스케줄 관리를 직접 하며 운전도 손수 하기로 유명하다. 그래서 더 시간관리가 철저하다. 지난 2011년 이순재 님은 일부 기획사가 소속 배우들을 관리하는 방식을 지적했다. 배우 장근석이 촬영 현장에 조금씩 늦게 나타나는 것을 지적하면서 내가 보기에는 근석이보다는 장근석을 서포트 하는 매니저들의 의식이 문제다라고 따끔한 일침을 가했다.  장근석 소속사 트위터에 그 매니저는 "선생님의 충고를 잘 받았으며 그런 일이 없이 주의하겠다"라며 공식 사과했다. 

   스케줄은 남이 해주는 것보다 자신이 직접 해야 실수가 적다. 남이 잡아준 스케줄, 약속은 책임 소재를 가리기 애매하다.

   필자 또한 한때 매니저가 있었다. 기업체 강의가 한창 쏟아지던 시기. 하루에 강의가 서 너 개가  겹치면 강의 의뢰를 거절하기가 힘들고  강사료  협상하기가 부끄러워서 매니저에게 스케줄 관리를 맡겼다. 나는 매니저가 시키는 대로 강의를 하면 되니 편했다. 강사료도 많이 올랐다. 강사료가 올라가니 강의 섭외도 적당히 줄어서 일하기도 편했다. 그러나 그 편안함이 독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클라이언트와 직접 통화하지 않고 매니저를 통해서 교육생들에 대한 정보를 접하다 보니 막상 현장에 도착했을 때 사전에 준비한 것과 현실이 다른 것을 많이 느끼게 됐다. 또한, 매니저가 그만두고 후임 매니저가 왔을 때는 인수인계가 부족해서 차질이  빚어지는 것이다.  몇 년이 지나니 교육컨설팅 업계에서 나는 '부르기 어려운 사람', '까다로운 강사'이라는 인식이 생기고 말았다.

지금은 매니저가 없이 직접 스케줄을 관리한다. 운전은 되도록 하지 않고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매니저 역할을 했던 직원은 지금 영상을 배워서 홍보영상 제작과 제자 강사 마케팅에만 매진한다. 스케줄을 직접 짜니 펑크가 없다. 강의 전에 교육대상자의 연락처를 받아서 미리 인터뷰하고 강의안을 만든다. 늘 현장에 미리 도착해서 교육담당자나 클라이언트와 강의 니즈에 대한  충분한 이야기를 하고 강의에 임한다.  

매니저가 있을 때보다 일은 더 힘들고 불편하다. 그러나 전에는 강의를 할 때마다 내가 소모되고 있다는 느낌이었다면 지금은 성장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세상에는 공짜가 없는 법. 역시 내 시간은 내가 직접 관리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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