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층에서 떨어지면 죽 나요 - 7 cheung-eseo tteol-eojimyeon jug nayo

아파트 24층에서 뛰어내리면 흙바닥이라도 웬만하면 죽나요

잘생긴 송악2020.03.27 07:15조회 수 12034추천 수 1댓글 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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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24층에서 뛰어내리면 흙바닥이라도 웬만하면 죽나요

 

24층 높이라도 흙바닥이면 안죽고 몸만 장애가 생길 확률이 더 높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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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투신자살이라는 주제에 대한 학술적인 리뷰다.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은 상담센터의 도움을 받기 바란다. 단, 프라이버시를 생각한다면 상담받을 때도 본인 전화번호, 본인 IP주소를 이용하지 말고 공중전화와 토르 브라우저를 이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7 층에서 떨어지면 죽 나요 - 7 cheung-eseo tteol-eojimyeon jug nayo
출처: 네이버

공중에서 심장마비가 오는가?

번지점프, 낙하산, 막타워 훈련을 하다가 심장마비가 오는 사람이 없는 걸 보면 알 수 있듯이 투신자살은 공중에서 심장마비를 유발하지 않는다. 땅으로 떨어진 후에는 높은 확률로 심정지가 오지만, 그건 떨어진 다음의 일이다.

설령 공중에서 심장마비가 온다 하더라도 그로 인해 즉시 의식을 잃는 것은 아니다. 사람의 뇌는 혈액공급 없이도 중간값 6초, 최대값 10초 동안 의식을 유지한다. 그러므로 점프하고 1초 뒤 혈액순환이 완전히 정지된다고 가정하더라도 땅과 충돌하는 순간에 의식을 잃은 상태이려면 체공시간이 적어도 7~11초인 높이 이상에서 뛰어내려야 한다.

그 높이는 얼마일까? 편의상 투신자살자는 수직으로 추락한다고 가정하자. 추락하는 사람의 몸은 첫 1초 정도를 제외하고는 레이놀즈 수(Re)가 10⁶을 가볍게 넘어서므로, 몸이 받는 항력(공기저항)은 FD = ½ CDAρv²로 근사할 수 있다. CdAρ를 편의상 상수라고 가정하면 이 식은 FD = kv²로 간단히 나타낼 수 있다. 또한 투신자살 정도의 높이에서는 지구와 몸 사이의 거리가 크게 달라지지는 않으므로, 몸이 받는 중력은 FG = mg로 일정하다고 가정할 수 있다. 따라서 운동방정식은 F = mg − kv²이 된다. 여기서 항력과 관계된 상수 k값을 몇으로 해야 할지가 문제되는데, 공기의 밀도 ρ는 1.225 kg/m³로 일정하다고 가정하고, 지표면 근방에서 빠른 속도로 자유낙하하는 사람에 대하여 CDA는 0.85m²로 일정하다고 가정하면(cf. Colino & Barbero, 2013), k값은 0.52가 된다. 최종적인 계산은 카시오 사이트에서 간단히 수행할 수 있다. 체중과 옷가지 등을 합한 전체 무게 70kg를 가정할 때, 체공시간이 7초이려면 높이는 164m이어야 하고 체공시간이 11초이려면 높이는 307m이어야 한다. 한국의 표준적인 아파트의 층당 높이는 건축물대장을 참조하면 약 2.7~2.8m이므로, 아파트 층수로 환산하면 각각 60층, 112층이다.

대부분의 투신자살은 이보다 낮은 높이에서 이루어질 것이므로, 설령 매우 낮은 확률로 점프 직후 완전한 심정지가 오고, 떨어지면서 회전함으로 인해 원심력이 발생해서 약간의 비자발적인 혈액순환이 이루어지는 일도 없다고 가정하더라도 땅에 떨어지기 전에 의식을 잃는 것은 불가능하다.

투신자살을 하면 죽는 이유는 땅에 떨어지는 충격으로 인해 뇌가 파손 등 외상을 입거나, 내부 장기들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되거나, 몸 속에서 피를 많이 흘려서다.

시체가 산산조각나는가?

나무위키의 투신자살 항목에는 다음과 같은 말이 있다.

드라마나 영화등에서 묘사되는 투신자살은 떨어진 사람의 머리에서 피가 조금 나오고 끝나거나 좀 더 잔인함을 어필하려면 관절이 꺾이는 정도로 연출해서 마무리한다. 만약 이런 드라마나 영화에서 투신자살자의 실제 사망 모습을 묘사했다가는 방심위 심의에 걸려서 짤릴수도 있다. 당장 9.11테러 당시 세계무역센터에서 뛰어내린 사람들[2]만 봐도 살아남기는커녕 시신들이 모두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심하게 훼손됐다. 만화판 쓰르라미 울 적에 메아카시편의 마지막 장면이 그나마 좀 현실성이 있는 묘사로, 에블린 맥헤일의 사례 같이 매우 특이한 상황이 아니면 즉사할 만큼의 높이에서 낙하할 시 뼈가 박살나서 밖으로 튀어나오고 머리가 깨지면서 뇌수와 피가 사방에 퍼진다[3]. 사람은 꽤 무거운데 거기에 중력까지 가세한다면 시신이 무사한 것도 기적이다. 이런걸 실제로 목격한 사람들은 10년, 20년이 지나도 그 상황이 기억에 남는 트라우마로 이어진다고 한다.

자세히 읽어보면 좀 이상하다. 나무위키에서 투신자살 시체 모습에 대한 ‘그나마 가장 현실성이 있는 묘사’의 예로 들고 있는 것은 쓰르라미 울 적에 메아카시편의 마지막 장면이다. 메아카시편은 원작 게임 버전,* PS3 버전, 애니 버전, 만화책 버전으로 존재하는데 그 중 나무위키 작성자가 레퍼런스로 삼은 것은 만화책 버전으로 보인다. 문제는 그 만화책의 장면이, 가까운 만화방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듯이, “뼈가 박살나서 밖으로 튀어나오고 머리가 깨지면서 뇌수와 피가 사방에 퍼지는” 것과는 거리가 멀고 굳이 따지면 “떨어진 사람의 머리에서 피가 조금 나오고 끝나”는 것에 가깝다는 것이다. 설명과 그 설명에 대한 예시가 서로 일치하지 않는다.

한편 국내 주요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주기적으로 올라온다.

첫째.
추락사의경우 사람은 절대 의식을 잃지않는다. 오히려 추락하기(땅과의 거리가 10미터이내 로 다다랐을때쯤) 직전 사람의 정신은 최고 조로 예민해진다. 예민하다는것은 평소에느꼈던고통을 120% 받게된다는뜻이다.
전직 119구급대원의 말을 들어보면 추락사한 사람들의 대부분이 구조를하러갔 을때 의식이 있다고 한다.
하지만 그중에서 90%이상이 엠뷸에 실려오는 도중 사망을 하고 나머지가 살아남거나 병원에서 치료 도중 목숨을 잃는다. 이말인 즉 엠뷸에 실릴때까진 아파요 아파요 흐느끼며 정신을 가지고 있단 소리다.
추락사의 사망원인은 대부분 두개골 골절 또는 뇌손상. 강한 충격으로인한 장기손상에 의한 호흡곤란또는 폐손상이다. 그나마 운이좋아 두개골쪽으로 떨어져 아주 깔끔하게 두개골이깨져 뇌가파손된다면 뭐 운좋게 1~2분이내로 사망할순있다. 하지만 이 1~2분간의 고통은 각오한다고 될정도 의 고통이 절대 아니다.
그나마 재수가 없다면 등부분이나 배부분으로떨어지면서 갈비뼈가 으스러지고 그로인해 장기손상이 오게되는데 이런경우는 정말 각오를하는게좋다. 극심한 고통과 호흡곤란이 최소 몇 십분에서 몇 일까지 간다.
추락사는 사람이 가장 지저분하게 죽을수있 는 방법중 하나이다. 온몸이 떨어지면 드라마틱한 상상과는 다르게 모든 근육과 조직들이 아스팔트 바닥위에 퍼지며 으깨지고 조각난다. 고깃덩어리들이 아스팔트바닥위에 놔뒹구는 동안
의식은 붙어있다 그게 현실이다.

뭔가 이상하지 않은가? 모든 근육과 조직들이 아스팔트 바닥위에 퍼지며 으깨지고 조각난다면 어떻게 의식이 붙어있나? 모든 근육과 조직들이 아스팔트 바닥위에 퍼지며 으깨지고 조각난 상태로 아파요 아파요 흐느낀다는 게 물리학적으로 가능한가? 두개골쪽으로 떨어져 두개골이 깨져 뇌가 파손됐는데 왜 사망할 때까지 1~2분이나 걸리나? 땅과의 거리가 10미터일 때 정신이 예민해져 고통을 120%로 받는다는 말에는 근거가 있는가? 거듭 읽을수록 글의 신뢰도가 떨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소설들 말고, 현장을 실제로 목격한 사람들의 글을 보자. 다음은 아파트 7층 높이에서 뛰어내려 현장에서 즉사한 중학생의 모습을 그의 어머니가 묘사하는 글이다.

결국 나는 누군가의 부축을 받으며 그쪽으로 다가가 하얀 천을 걷었다. 교복을 단정하게 입은 승민이가 누워 있었다. 오른쪽 이마에 파란 멍이 들어 있었다.
‘이런······. 사고가 났다더니 넘어져 머리를 다쳤구나.’
난 내 아들 승민이를 가슴에 안았다. 따뜻한 체온이 전해져 왔다. 고개를 돌려 주변 사람들에게 외쳤다.
“이것 보세요. 우리 아이가 아직 따뜻해요. 빨리 의사를 불러 주세요!”
그러자 누군가 대답했다.
“아이는 이미 절명했습니다.”
“아니에요. 이렇게 따뜻하잖아요? 빨리 119 불러 주세요. 우리 아이 죽지 않았어요.”
“고정하십시오.”
“어서요. 급해요. 의사 선생님 좀 불러 주세요.”
나는 절규하기 시작했다. 한시라도 빨리 승민이를 살려야 했다. 엄동설한에 아이 몸이 이렇게 따뜻한데 죽었다니,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난 끊임없이 절규했다. 의사를 불러 달라고.
그때 카메라를 든 사람이 다가왔다.
“제가 의사입니다. 경찰의 의뢰를 받고 경북대병원에서 나왔습니다.”
나는 눈물 젖은 눈을 들어 우리를 에워싼 사람들을 둘러보았다. 처음에 도착했을 때에는 없었던 경찰차가 한 대 와 서 있었고 못 보던 경찰관이 두 명 더 와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그 경찰관들은 수성경찰서에서 왔다고 한다. 저 많은 사람들 중에 아이 엄마의 말을 믿는 사람이 없다니. 내 아이의 몸이 아직도 이렇게 따뜻한데······.
“먼저 119에서 왔었습니다. 그분들이 아드님의 사망을 확인했고 천을 덮어 놓고 간 겁니다. 이제는 경찰 관할인 셈이지요.”
난 울며 다시 외쳤다.
“아니에요. 아니에요. 보세요. 우리 아이가 아직도 이렇게 따뜻한데요. 뭔가 잘못된 겁니다.”
난 아이의 손을 꼭 잡고 내 뺨을 아이의 빰에 비볐다. 9시 30분경이었다. 이 추운 날 최소한 40분도 더 전에 민이가 죽어 이 자리에 버려져 있었다는 말이 되는데, 그렇다면 아직 이렇게 따뜻할 리가 없지 않은가. 살아 있는 사람도 12월 중순에 추운 데서 40분 동안 꽁꽁 언다면 얼음장처럼 얼굴이 차가워지는 법이다.
나는 계속 고개를 저으며 되뇌었다. 아니야. 아니야. 그런데······ 손이 차가웠다. 난 아이의 손을 잡아 내 가슴에 찔러 넣고 녹여 주었다. 그때 아이의 코에서 새빨간 피가 주르르 흘러나왔다. 하지만 그뿐······. 어떤 외상도 없었다.

임지영, 『세상에서 가장 길었던 하루』, 형설라이프, 2012, 24

다음은 전·현직 국과수 직원들이 쓴 책의 일부다.

일반적으로 사람이 높은 곳에서 떨어지면 큰 충격을 받게 되기 때문에, 몸이 여기저기 찢어져 현장에는 피가 흥건하고 내장이 터져 밖으로 흘러나와야 할 것처럼 생각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그러나 우리의 예상과 실제 현장에서 벌어지는 일이 항상 일치하지는 않는다.

검시실무를 하다 보면 피부, 특히 교원섬유와 탄력섬유로 이루어진 결체조직의 강인성에 놀라는 경우가 많다. 추락 사례들을 보면 온몸의 뼈들이 여기저기 부러지고 온갖 장기가 형편없이 터져 있는데 피부는 한 군데도 찢어지지 않은 경우가 드물지 않다. 물론 피부 밑에 있는 근육이나 늑골처럼 탄력성이 뛰어난 구조물도 충격을 흡수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추락사 현장에서 많은 피가 발견되지 않는 이유는 한두 가지가 더 있다. 설사 피부가 찢어진다 하더라도 높은 곳에서 추락하는 사람은 바닥에 부딪히면서 즉사하는 경우가 흔하기 때문에 많은 피가 흘러내릴 시간적 여유가 없다. 심장이 뛰지 않으면 피가 솟구치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옷도 한몫을 한다.

강신몽 외, 『타살의 흔적』, 시공사, 2010, 59

사실 요즘은 굳이 책을 찾아볼 필요도 없다. 투신자살하는 장면을 인터넷으로 직접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동영상¹²³⁴⁵ 및 사진¹²³을 몇 개 가져왔으니 궁금한 사람은 클릭해서 보기 바란다.


다만 투신 시체가 언제나 조금의 손상도 없이 멀쩡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땅에 발부터 떨어지는 경우에는 발뒤꿈치 뼈가 살을 뚫고 나오거나 척추가 엉덩이를 뚫고 나올 수 있고,* 사타구니 부분의 피부 및 바지가 사타구니 라인을 따라 찢어질 수 있다.* 딱딱한 바닥에 머리부터 떨어지는 경우에는 두개골이 열리거나,* 뇌의 전부 또는 일부가 튀어나가거나,* 상처 부위에서 피가 장거리로 튈 수 있다. 뇌는 그 형체를 유지한 채 덩어리로 나오는 경우도 있고,* 깨져서 조각으로 튀어나가는 경우도 있다.* 얼굴이 아스팔트에 갈리기도 한다.* 원하는 사람은 동영상¹²도 보면 참고가 될 것이다.

평평한 바닥이 아닌, 난간이나 울타리 등 날카로운 구조물 위로 떨어지는 경우에는 그로 인해 몸이 절단되거나 찢어질 수 있다. 복부가 찢어지면 창자 등이 밖으로 드러난다. 쇼핑몰 난간으로 인해 허리가 절단된 사례,* 녹색 천막을 지탱하는 철근으로 인해 다리가 절단된 것으로 보이는 사례,* 유리 지붕을 지탱하는 철제 구조물로 인해 허벅지가 절단된 것으로 보이는 사례,* 추락장소인 계단에 설치된 손잡이 내지 난간으로 인해 등에 길다란 상처를 입은 것으로 보이는 사례,* 내장이 한쪽이 아닌 사방으로, 그것도 아주 먼 거리로 분출된 점, 큰 내장이 너무 깔끔하게 분출된 점, 손목에 칼로 자해한 흔적이 있는 점 등으로 미루어 아마 칼로 자신의 복부에 상처를 낸 후 투신한 것으로 추측되는 사례,* 추락장소보다 높은 곳에 있는 흰색 난간 모서리에 1회, 추락장소 옆 풀장을 둘러싼 석제 턱 모서리에 1회 부딪혀 몸이 여러 군데가 찢어진 것으로 보이는 사례,* 그리고 정확한 경위는 알 수 없지만 상처의 모습, 바지가 반쯤 벗겨져 있는 점 등으로 미루어 떨어지다가 어떤 날카로운 구조물에 뱃가죽이 찢겨나갔을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사례*를 찾을 수 있었다. 이와 관련해 실제 뛰어내리다가 중간 장애물에 부딪히는 모습이 촬영된 동영상도 있으니 참고하기 바란다.

장애물이 없는 평평한 바닥으로 떨어지는 경우에는 머리는 깨질 수 있을지 몰라도 내장이 튀어나오는 일은 거의 없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장애물이 있었는지 없었는지 애매한데 아무튼 내장은 튀어나온 사례¹²가 있긴 해서 아예 없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물론 시체가 외관상 멀쩡하다고 해도 내부 장기는 큰 손상을 입는 경우가 많다.

모두가 행복한 주말 밤이었다. 머리를 짧게 깎은 이십대 초반 청년이 실려와 소생실에 누웠다. 그는 주말 밤의 많은 환자 틈바구니에 섞여 조용히 중환자 구역으로 들어왔다. 평상복 차림의 건장한 체격이었다. 겉으로는 피를 흘리거나 벌어진 상처 하나 없었다.

CT는 참혹했다. 성한 부분을 찾을 수가 없었다. 엉덩이로 처음 지면에 닿았을 것으로 생각되었다. 그렇지 않았으면 여기서 살아 누워 있지도 못했을 것이다. 첫 충격은 골반뼈를 우그러뜨리고 관통해 골반 안에 들어있는 모든 장기를 곤죽으로 만들었다. 엉덩이가 땅에 닿음과 거의 동시에 그는 뒤로 넘어졌다. 등이 땅에 닿는 순간 등판에 있는 갈비뼈가 전부 부서졌고, 역시 흉강 안에 있는 모든 장기도 곤죽이 되었다. 전신 CT를 위아래로 한 컷 한 컷 되짚자 그 외상의 메커니즘, 그리고 그 부서지는 순간이 읽혔다. 12층에서 그가 고요하게 자유낙하해서, 땅에 닿는 순간 짓이겨지는 인체가, 순서대로 비틀어지고 휘어지는 인간의 몸이 눈에 선했다.*

의도적으로 머리부터 떨어질 수 있는가?

7 층에서 떨어지면 죽 나요 - 7 cheung-eseo tteol-eojimyeon jug nayo
출처: 일본의 자살 블로그

고층 건물에서 뛰어내리면서 착지 자세를 정확하게 조절하기는 어렵다. 처음에 어떻게 뛰어내렸는지, 공중에서 자세를 어떻게 바꿨는지, 얼마나 높은 곳에서 뛰어내려서 회전관성에 의해 몸이 회전할 시간이 얼마나 많이 주어졌는지 등 여러 요인들을 세밀하게 통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공중에서 몸이 회전하는 것을 1인칭으로 찍은 영상을 보면 이게 어렵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 그린베레 대원들이 강하하는 영상을 봐도, 고도로 훈련된 사람들일 텐데도 사람마다 자세가 제각각인 것을 볼 수 있다.

실제 투신 사례를 보자. 위 그림에 정확히 부합하는, 몸을 앞으로 기울이듯이 떨어져서 정확히 머리부터 착지한 사례와,* 난간에 서서 발을 내딛듯이 떨어져서 회전 없이 발부터 착지한 사례를 찾을 수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에는 이렇게 깔끔하게 자세가 조정되지는 않는 것으로 보였다. 몸을 앞으로 기울이듯 떨어졌고 앞쪽으로 깔끔하게 회전했는데, 건물 높이가 높아서인지 회전이 추가로 발생한 탓에 머리가 수직으로 아래로 향하게 되어 완전히 터져 버린 사례,* 처음에는 정확하게 머리가 아래로 향하게 뛰어내렸음에도 회전관성 때문에 추가로 회전해 땅에 닿을 무렵에는 평평하게 엎드린 자세로 된 사례,* 회전 없이 그냥 앞으로 달려나가는 자세로 뛰어내렸음에도 회전관성이 발생해 등부터 착지한 사례 2개,*†, 난간에 걸터앉아 있다가 앞으로 미끄러지듯이 뛰어내려 의자에 앉은 듯한 자세로 발-엉덩이 순으로 착지한 사례,* 번지점프 하듯이 앞쪽으로 엎드린 자세로 뛰었다가 공중에서 ‘옆으로’ 회전해 등부터 떨어진 사례* 등 다양한 사례*를 찾을 수 있었다. 다만 꼭 머리가 아래로 향한 자세가 아니더라도 대충 엎드리거나 누운 자세로 떨어지기만 하면 결국은 머리도 땅에 부딪혀 큰 충격을 받게 되는 듯하다. 처음에는 엎드린 자세였으나 공중에서 반 바퀴 회전해 땅에 닿을 무렵에는 누운 자세가 됐는데, 시멘트 바닥이어서 그런지 머리가 터진 사례가 있다.* 엎드린 자세로 추락했는데, 흙바닥이어서 그런지 머리가 터지지는 않았으나 즉사한 사례도 있다.*

고통이 있는가?

한 응급의학과 의사가 아파트 12층에서 투신 후 심한 고통을 느낀 환자에 대한 글을 쓴 적이 있다.

모두가 행복한 주말 밤이었다. 머리를 짧게 깎은 이십대 초반 청년이 실려와 소생실에 누웠다. 그는 주말 밤의 많은 환자 틈바구니에 섞여 조용히 중환자 구역으로 들어왔다. 평상복 차림의 건장한 체격이었다. 겉으로는 피를 흘리거나 벌어진 상처 하나 없었다. 하지만 그는 편히 누운 자세조차 고통스러운지 가만히 있지 못하고 몸부림치고 있었다. 나는 대원에게 물었다.

어디가 아프냐는 물음에 그는 어느 한 곳을 짚어낼 수 없이 전신이 끊어지고 있다고 답했다. 나는 단서가 될 수 있어 재차 조심스레 물었다. “왜 떨어진 거예요. 죽으려고 했었나요?” “으아. 으흐. 아아아…” 그것은 해석할 수 없는 새된 비명이었다. 자살을 부인하고 있지도, 긍정하고 있지도 않았다. 이미 추락한 그에게는, 실은 긍정도 부정도 무의미했다. 대부분의 죽음을 앞둔 자살 시도자들이 질문에 대답하는 방법이었다. 나는 그 대답을 듣고, 죽음의 예감으로 진지해졌다. 나는 그의 손을 붙들고 말했다. “내가 너를 어떻게든 살려 볼게. 널 꼭 살려볼거야. 알았지? 알았다고 답해.”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극심한 통증 때문인지, 아니면 그도 죽음의 예감을 느꼈던지 눈물을 글썽거렸다.*

그러나 이 글은 글 자체에도 밝혀져 있듯이 100% 사실이 아니라 상당량의 허구를 포함하고 있으며, 남궁인의 글을 쭉 봐 온 사람은 알고 있겠지만 이분은 (자살에 대한 심리적인 이해수준은 낮으면서도) 강한 자살방지 스탠스를 취하고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자살방지 차원에서 일부러 고통에 대한 묘사를 집어넣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사실 이 글에 나오는 정도의 손상과 출혈량이라면 이미 병원에 실려왔을 당시부터 의식은 없었을 수도 있다.

교통사고 등 갑작스런 충격으로 인한 외상을 체험해 본 사람들의 말을 종합해 보면 추락 당시에는 설령 의식이 있더라도 고통은 느끼지 못하다가 시간이 좀 지나 병원에서 심한 고통을 느끼기 시작하는 경우가 많은 듯하다.

7 층에서 떨어지면 죽 나요 - 7 cheung-eseo tteol-eojimyeon jug nayo
출처: Dark Grey Soul

이와 관련해 투신자살과 교통사고·추락사고는 다르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한다. 투신자살은 예상치 못하게 갑자기 충격이 가해지는 것이 아니라 본인이 예상할 수 있는 시점에 충격이 가해지므로, 땅에 떨어지는 과정에서 다가오는 위협에 대해 신경이 예민해져 고통이 120%로 증폭돼서 느껴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오히려 신경이 예민해질수록 고통은 덜 느껴질 가능성이 높다. 급박한 위협상황에서 고통은 탈출에 방해가 될 뿐이기 때문에, 동물은 위험에 직면해서 탈출해야 하는 상황이 되면 엔돌핀 등을 분비해 고통을 느끼지 못하도록 진화했다(see Hagan et al., 2015).


자살하는 사람들은 자살과정에 수반되는 고통을 완화하기 위한 전략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투신자살자들도 모종의 고통완화전략을 사용할 것으로 추측된다. 그들이 어떤 고통완화 전략을 사용하는지는 아직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상식적으로 아마 충격으로 인한 신체적인 고통을 줄이기 위해 진통제를 먹는 사람이 어느 정도 있을 거라고 추측해 볼 수는 있다. 특히 안전상비의약품으로 지정돼 있어 편의점에서도 쉽게 구입할 수 있는 아세트아미노펜(타이레놀)과 이부프로펜(부루펜)의 이용률이 높을 것으로 추측된다.

흥미롭게도 아세트아미노펜과 이부프로펜은 여러 진통제들 가운데 외상에 대한 진통효과가 최상위권에 드는 약물이기도 하다. 좌상·염좌, 골절, 타박상 등으로 인해 팔다리에 급성 통증을 느껴서 응급실로 온 환자들 중 방사선 촬영이 필요한 환자들에게 여러 가지 진통제를 투여하면서 효과를 비교한 연구에서, 이부프로펜 400mg+아세트아미노펜 1000mg는 마약성 진통제인 옥시코돈 5mg+아세트아미노펜 325mg와 효과가 비슷했고, 마약성 진통제인 하이드로코돈 5mg+아세트아미노펜 300mg, 마약성 진통제인 코데인 30mg+아세트아미노펜 300mg보다 효과가 좋았다(Chang et al., 2017). 일회적으로 경구투여한 여러 가지 진통제들이 수술후 통증을 완화시키는 데 얼마나 효과적인지를 비교한 코크란 리뷰에서, 리뷰대상이 된 의약품 또는 의약품들의 조합 가운데 가장 효과가 좋았던 것은 에토리콕시브 180/240mg였고, 그 다음으로 효과가 좋았던 것은 이부프로펜 400mg+아세트아미노펜 1000mg였으며, 이는 옥시코돈·코데인 등 마약성 진통제를 저용량으로 복용하는 것보다 효과가 좋았다(Moore et al., 2015).

아세트아미노펜·이부프로펜의 복용과 투신자살로 인한 사망 간에 상관관계가 있을 것으로 추측케 하는 단서는 또 있다. 이부프로펜 등 NSAID는 혈액응고를 지연시키므로 이걸 먹으면 실혈로 인한 사망가능성이 약간 높아질 수 있다. 한편 아세트아미노펜은 사람의 감정을 약간 둔화시키는 효과가 있는데(Durso et al., 2015), 사람은 같은 높이에 있어도 감정이 둔화돼 있을수록 높이를 낮게 지각하고(Stefanucci & Storbeck, 2009), 높이를 낮게 지각할수록 고소공포도 줄어들기 때문에(Stefanucci & Proffitt, 2009), 아세트아미노펜을 먹으면 투신자살자가 높은 곳에서 느끼는 두려움이 완화돼 난간 앞에서 뛰어내리기 위한 마지막 용기를 내는 데 도움이 될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면, 어쩌면 투신자살이 일어날 위험성이 있는 고층 건물 주변의 편의점에서는 아세트아미노펜과 이부프로펜을 판매할 수 없게 규제하면 자살률을 감소시킬 수 있을지도 모른다.

떨어지는 동안 극심한 공포를 느끼는가?

그렇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나는 개인적으로 번지점프를 종종 하는데 번지점프는 뛰어내리기 직전이 가장 무섭고 공중에서 낙하하는 동안에는 별로 무섭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나무위키의 번지점프 항목도 같은 취지다. 아파트 28층 높이인 미국 금문교 및 베이브릿지에서 자살목적으로 뛰어내렸다가 살아난 사람들 7명을 인터뷰한 내용을 봐도 추락하는 과정에서 공포가 느껴졌다는 말은 없고 오히려 마음이 평온해졌다고 한다(Rosen, 1975).

위 인터뷰에 포함되지 않은 금문교 투신 생존자인 Kevin Hines는, Eric Steel의 2006년 다큐멘터리인 The Bridge에서 자신의 자살시도 과정을 술회하면서, ‘뛰어내린 후 공중에서 갑자기 살고 싶은 생각이 들어서 물에 떨어지더라도 죽지 않을 수 있도록 의도적으로 자세를 바꾸어 살아났다’는 취지로 말하고 있기는 하나, 여기에도 ‘공포’라든가 ‘무서움’ 같은 표현은 등장하지 않는다. 다만, 방금 전에 죽으려고 뛰어내린 사람이 갑자기 죽기가 싫어져서 생존하기 위한 전략적인 행동을 한 것은 이분이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느꼈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것은 가능할 수도 있겠다.

뛰어내리는 것은 쉬운가?

2002년, 당시 의경으로 근무하던 강신일 이경은 투신자살을 하기 위해 서울 송파구의 한 아파트로 가서 9:54에 23층으로 올라갔다가 10:22에 1층으로 다시 내려왔고, 10:41에 다시 20층으로 올라갔다가 다시 1층으로 내려온 다음, 10:44에 다시 24층으로 올라가서 25층 중앙계단 유리창에서 투신에 성공했다.* 2012년 대구 수성구의 고등학교에 다니던 김모군은 자살 당일 11:28 엘리베이터를 타고 아파트 15층으로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온 뒤 7시간 30여분이 지나서야 다시 올라가서 투신에 성공할 수 있었다.* 최종적으로 투신에 성공할 정도로 결연한 자살의지를 갖고 있는 사람조차도 뛰어내리기 직전에는 큰 두려움을 느낀다는 것을 잘 보여 주는 사례다. 칼을 이용해 자살한 사람에게서는 주저흔hesitation wounds이 발견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처럼 고층에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오는 것은 투신자살에 있어서의 주저흔이라 할 수 있다.

투신에 성공한 사람들은 이러한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어떤 방법을 사용했을까?

우선 떠오르는 것은 술이다. 투신 현장에서는 술병이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통계적으로는 한국에서 2007~2010년 질병관리본부의 손상감시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전국 5~10개 대학병원 응급실로 온 추락 환자를 분석한 연구에 의하면 알코올 섭취 여부가 알려져 있는 의도적 추락 환자 123명 중 22.8%가 술을 마신 상태였다고 한다(Choi et al., 2014). 이들의 평균 추락높이는 18.4±14.8m이었는데, 추락높이와 알코올 섭취여부 간 상관관계가 있는지는 논문에 나와 있지 않다.

이론적으로 따져 봤을 때, 술은 높은 곳에서 느껴지는 두려움을 실제로 완화해 주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불안을 많이 느끼거나(Wuehr et al., 2014) 불안 민감성이 높은 사람일수록(Hames et al., 2012) 높은 곳에서 행동거지가 더 조심스러워진다는 보고가 있다. 높은 곳에서 극도의 공포, 질식감, 가슴 조임 등 공황 증상을 느끼는 사람도 있다(Schäffler et al., 2013). 그렇다면 투신자살시 난간 앞에서 발이 안 떨어지게 만드는 두려움은 불안·공황과 밀접한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알코올은 불안·공황을 일시적으로 억제하는 효과가 있으므로(Kushner, 1996), 결과적으로 알코올을 섭취하면 높은 곳에서 느껴지는 두려움이 완화될 수 있다.

그 외에 각종 심리적인 방법이 동원되는 경우도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예를 들면 눈을 질끈 감는다든지. 인간은 동일한 위협이라도 그걸 시청각을 모두 사용해서 감지할 때보다 시각 또는 청각 중 하나만을 사용해서 감지할 때 두려움을 상대적으로 작게 느끼므로(Taffou et al., 2013), 눈을 감음으로써 까마득한 높이가 시야에 안 들어오게 하면 두려움이 줄어들 수 있다. 실제로 높은 곳을 불편하게 느끼는 사람들 중 일부는 본능적으로 눈을 감음으로써 그 불편함을 해소하며(Schäffler et al., 2013), 실험환경에서도 눈을 감는 것이 높은 곳에서 유발되는 자세유지와 관련된 불편함을 감소시키는 데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Wuehr et al., 2014).

어쩌면 일종의 현실부정 내지 자기세뇌를 통해 두려움을 극복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가령 자기가 지금 투신자살을 하는 것이 아니라 평지에 있는 난간 하나를 넘어가는 것이라고 생각하거나, 번지점프장에서 안전장구를 착용하고 번지점프를 하기 위해 뛰어내리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논문을 살펴보면, 자신이 추락하는 장면을 상상하는 것은 같은 높이도 더 높게 지각되게 만드는데(Clerkin et al., 2009), 같은 높이를 더 높게 지각하는 사람일수록 높은 곳을 무서워하는 사람일 확률이 높다(Stefanucci & Proffitt, 2009). 그리고 같은 높이를 더 높게 지각하거나 높은 곳을 무서워하는 사람은 그와 관련된 위험행동(뛰어내린다든지)을 하는 것을 주저하게 된다(Geuss et al., 2016). 그렇다면 반대로, 자신이 추락하는 장면이 아닌 ‘평지’, ‘안전’ 같은 이미지를 상상하는 사람은 같은 높이도 더 낮게 지각하고 고소공포도 줄어들어 좀 더 대범한 태도로 위험행동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난간에 매달려 이른바 ‘투신 소동’을 벌이다가 결국 119가 설치한 에어매트 위로 뛰어내리는 사람이 많다는 사실도 이와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죽으려고 뛰어내리는 거라면 에어매트가 설치되기 전에 뛰어내려야지, 왜 굳이 119가 출동하고 에어매트가 설치되기를 기다렸다가 뛰어내리는 것일까? 여기에 대해 일반인들은 ‘애초부터 죽을 생각 없이 그냥 쇼 해서 관심 받아 보려고 일을 벌였기 때문에’라고 답하는 경우가 많지만, 희귀병을 앓던 형제가 동반자살을 결의하고 각자 유서를 남긴 다음, 동생이 형을 살해하고(추정) 본인도 투신을 시도했으나 시간을 끌던 중 에어매트가 설치돼 그 위로 떨어져 목숨을 구한 사례 같은 걸 보면 그걸 단순한 ‘관종짓’이라고 단정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그보다는, 에어매트가 설치되고 나면 뛰어내리는 것이 상대적으로 안전하게 느껴져 공포심이 줄어들기 때문에 뛰어내릴 수 있는 것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추락의 위험성/안전성에 대한 주관적인 인식이 뛰어내리는 용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투신자살을 시도하면 무조건 죽는가?

아파트 10층 이상의 높이에서 단단한 바닥으로 떨어지는 경우에는 100%에 가까운 확률로 죽지만(꼭 즉사한다는 것은 아님), 그보다 낮은 곳에서 단단한 바닥으로 떨어지거나, 10층 이상에서 나무 등 충격흡수 장애물 위로 떨어지는 경우에는 살 수도 있다. 자세한 내용은 별도의 글 참조.